(4) 한인의 기독교인 비율이 높은 이유와 한인 교회의 사회적, 문화적 기능

그렇다면 한인 이민의 기독교인 비율이 그렇게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 살고 있는 한인 중에서 약 20%만이 기독교도인데, 왜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중에서는 약 70%가 기독교도에 속하는가? 이에 대한 이유에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중에는 원래 한국에서부터 기독교인이던 경우가 많다. 다른 말로 바꾸면, 한국에서 기독교를 신봉하던 사람들이 미국 이주를 결심하는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근래에 미국에 이주한 한인 중에는 한국에서부터 기독교인이던 사람들이 대략 50%에 달한다고 추정된다. 서양 문화를 동경하는 사람 혹은 서양 문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한인들이 미국행 이주를 단행할 확률이 높은 데, 기독교는 바로 서양 문화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그래서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이민 중에는 기독교인의 비율이 높거나 혹은 기독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둘째는 한인 이민 사회에서 수행하는 한인 교회의 사회적, 문화적 기능 때문에 다수의 한인들이 미국에 이주한 이후에 기독교로 개종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기독교인이 아니었던 한인 중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에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들이 대략 40% 정도가 되는데, 이것은 그만큼 교회가 한인 사회에서 수행하는 기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한인 교회는 한인들에게 사교와 친교의 장을 제공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상부상조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해주며, 경제적으로 필요한 정보가 교류되는 장도 마련해 준다.

그리고 한인 교회는 한인 노인 혹은 한인 어린이에게 다른 한인들을 만나서 한국어로 말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또한 한인 교회는 평신도들에게 서리집사, 안수집사, 장로, 권사, 권찰, 구역장, 속장 등의 다양한 직분을 교회의 필요에 따라 부여한다. 직분을 맡은 한인들 중에는 이러한 교회 내의 직분을 일조으이 사회적 지위 내지는 명예로 여기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교회는 종교 의식을 거행하는 장소이다. 어떤 한인 교회이든 교회의 존재 목적은 종교 생활에 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한인 교회는 종교 생활 이외에 다양한 부차적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부차적 기능이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교회에 다니는 것을 개인 생활의 이익 추구와 연관시키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교회의 신도 네트워크를 통하여 사업 정보 등 다양한 정보가 교류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또한 교회는 한인들의 문화적 삶에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한인 교회의 기능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교회는 한인들에게 사교와 친교의 장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한인 교회에서는 예배가 끝난 후에 점심 식사가 제공되거나 간단한 다과가 제공되면서 신도들간의 교제 시간을 갖는다. 또한 교회는 주기적으로 체육 대회나 야유회를 주관함으로써 신도들간에 서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교회는 자식을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노인들에게 많은 한인들을 만나서 한국어로 마음껏 얘기해 볼 수 있는 장소이다. 자식들이 일하러 간 사이에 하루 종일 집을 보면서도 영어를 못 알아들어 텔레비전도 보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한인 교회는 즐거움을 주는 유일한 장소일지도 모른다.

둘째, 교회의 신도 네트워크는 상부상조의 기능을 수행한다. 즉 교회가 하나의 작은 한인 사회 구실을 한다. 이를 교회에서는 믿음의 공동체로 표현하는 것이다. 교회의 신도들은 미국에 새로 이주한 사람이 있으면 그가 정착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고, 법적 문제를 당한 신도가 있으면 그와 법원에 동행하여 통역을 해주기도 하고 증인이 되기도 하며, 입원한 신도가 있으면 병원에 찾아가서 그를 위해 기도하고 위로해 주기도 한다. 한국 식품점, 한국 비디오 대여점, 한국 음식점, 한인 보험회사 에이전트 등 한인을 고객으로 하는 엔클레이브 사업에서는 한인 고객의 확보가 대단히 중요한데, 바로 같은 교회 신도가 주요한 고객이 된다.

이 경우에 교회 신도 네트워크는 고객 확보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네트워크가 된다. 그리고 갑자기 일손이 필요한 한인 사업장을 신도들이 지원하는 등 교회의 신도들은 사업상 어려운 입장에 처한 신도들을 여러 측면에서 도와주기도 한다.

셋째, 한인 교회는 한인들의 삶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장을 마련한다. 교회의 신도 네트워크를 통하여 사업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같은 교회의 신도 사이에 사업을 운영하는 기술이 전수되기도 하고, 실제의 점포가 거래되거나 점포 거래가 알선되기도 한다. 상당수 한인들이 자영업을 개업하기 이전에 같은 교회의 신도가 운영하는 점포에서 사업하는 기법을 배운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신도 네트워크를 통하여 사업, 고용, 취업에 관한 정보뿐만 아니라 심지어 결혼 적령기의 자식을 둔 부모는 교회 신도 네트워크를 통해 자식에게 적절한 배우자를 물색하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한인 교회는 미국 사회에서 한인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넷째, 한인 교회는 한인들에게 한인 문화를 유지하고 전수하는 장을 마련한다. 한인 교회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한인들의 고유한 가치를 설교를 통해 강조한다. 설교 시간에는 종종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가 성경 말씀과 서로 연결됨을 강조하고, 미국식 개인주의는 성경 말씀에 어긋남을 지적한다. 예배 시간에 드리는 기도에 ‘한국의 외환 위기 극복’ ‘한반도의 통일’ ‘한국의 번영과 안정’ 등에 관해 언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기도를 통하여 모두가 한인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신도들간의 교제 시간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음식이 제공되기도 하고, 연말에는 신도의 집에 모여 망년회를 하기도 하고, 설날에는 신도들이 한복을 입고 윷놀이 등의 전통놀이를 하기도 한다. 다수의 한인 교회는 한글 학교를 운영하는데, 이 한글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한글을 쓰고 읽는 법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한국사, 한국 고전 무용, 한국의 예의 범절 등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방학 동안에는 한인 교회의 아이들이 봉사 활동도 같이 나가고 캠핑을 같이 가기도 한다. 이와 같이 미국 한인 사회에서는 한인 교회가 한인 문화 활동의 중심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한인 교회는 일반 평신도에게 장로, 권사, 집사, 구역장 혹은 속장, 선교회장, 위원회 회장, 사목회장, 주일 학교 교사 등의 직분을 부여함으로써 사회적 지위 및 명망을 얻게 해준다.

어떤 한인 교회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어른 신도중에서 32%가 평신도 직분을 갖고 있었다. 한인 교회의 평신도 직분은 일반적으로 월급이나 주급의 보수를 받는 보직은 아니지만, 한인들의 사회적 명망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상당수의 한인 이민 1세들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이주하여 영어 장애 때문에 블루칼라의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한인들은 직업상의 호칭보다 교회의 직분에 따른 호칭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정한 한인이 특정 교회에서 장로, 권사, 집사 등의 직분을 받게 되면, 교회 외부에서도 그를 장로, 권사, 집사 등의 호칭으로 부른다. 한인들은 이러한 직분 호칭을 상당히 명예로운 호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부작용으로 한인 교회 내부에서 이러한 직분에 대한 경쟁이 심한 나머지, 직분 인선에 대한 불만이 교회 균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애틀랜타에 있는 한인 교회만의 현상이기보다는 미국 속의 한인 교회가 겪는 일반적 경향을 분석한 것이다.
(애틀랜타 한인이민사 19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