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영역에서의 옥한흠 목사 말고, 사적 영역에서 한 아들의 아버지로서 옥한흠 목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강단 위에서의 냉철한 설교가로서나 제자훈련의 대가로서만 알려진 옥한흠 목사 대신 그의 다양한 인간적 면모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 나왔다. 바로 그의 아들이 직접 집필한 <아버지, 옥한흠>이 그것이다.

저자는 2010년 초 <이성에서의 도피>로 유명한 프랜시스 쉐퍼 박사의 인간적 면모를 다룬 을 읽고, <아버지, 옥한흠>을 쓰는 데 모티프를 얻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를 저술하면서 아버지와 주고받은 대화와 지난해 소천하기 직전 병실에서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해 아버지 옥한흠 목사의 인간적 면모를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특히 책 서두 ‘세 번의 눈물’이라는 타이틀로 시작되는 옥한흠 목사가 흘린 세 번의 눈물 이야기는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까지 적시기에 충분하다. 제자훈련 사역에 광인(狂人)의 열정을 한창 불태우던 옥한흠 목사가 과로로 쓰러져 안식년을 갖고, 이후 소천 직전까지 육체적 고통이 따라붙었던 원인이 바로 일본 제자훈련 사역 때문이었다.

2010년 초 온몸에 암이 퍼진 가운데 접한 20년 동안 쏟아부은 일본사역 실패의 쓰라림은 옥 목사를 더욱 힘들게 했고, 아들을 보자 눈물을 흘린 것이다. 두 번째 눈물은 2010년 3월 식사 도중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를 보고 자랑스러워서 흘린 눈물이었다. 마지막 눈물은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 뒤 침대 위에서 지난 삶을 회고하며 흘린 눈물이다.

저자는 세 번의 눈물을 통해, 교회 지도자로 살았기에 어쩌면 당신 자신에게조차 솔직할 수 없었던, 그리고 가족에게조차 생소했던 아버지 옥한흠 목사의 눈물이 바로 인간 옥한흠의 눈물이었으며, 자신이 아버지에게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회고한다.

이 외에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 책 출판을 앞두고, 출판을 반대하는 아버지와 책을 내려고 하는 아들 사이에 오간 대화와 미완성의 가정예배, 뒤늦게 아들의 자질을 알아보고 목사가 될 것을 강력하게 권유하는 이야기 등은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옥한흠 목사만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고독과 인간미 등을 아들의 시각에서 진솔하게 담아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아버지 옥한흠 목사의 인간미만을 다루지 않는다. 책의 말미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통해 저자는 우리만의 섬으로 전락한 한국 교회를 보며 아버지 옥한흠 목사가 영정 사진 속에서 “너희들 잘 할 수 있지? 내가 없어도 잘 할 수 있지?”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서술한다.

책의 말미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서로 다른 시선과 대화>라는 그 어느 신학적 논쟁 못지않은 이메일 내용이 첨부됐다. 교회를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와 교회 개혁을 지적하는 아들의 서로 다르지만 어찌 보면 한 길을 바라보는 듯한 부자의 글을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