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한인 교회의 발전 그리고 교회의 사회적 문화적 기능

한인 교회는 한인 사회의 성장과 더불어 발전하였다. 제 2부 제 2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1년 7월 현재 애틀랜타와 그 인근에 한인 교회가 143개나 설립되어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볼 때 한인 교회가 한인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크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 있어서 교회가 신앙 활동의 중심에 서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나아가 한인 교회가 한인들의 문화 활동이나 정보 교류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한인 교회가 종교적, 문화적으로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인 교회는 한인 사회 내부의 갈등과 분규에 휩싸이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미국에서 수년 간 살아본 경험이 있는 한인들은 거의 예외 없이 교회를 둘러싼 갈등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애틀랜타 한인 이민사’에서는 이러한 종교의 분규를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한인 교회 내부의 갈등은 너무나 많은 사례가 있지만, 그러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1) 한인 사회에서 한인 교회가 차지하는 비중

1965년 이후에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들의 기독교도 비율이 금세기 초에 하와이로 이주한 한인들의 기독교도 비율보다도 오히려 높다. 1986년 서울에서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응답자의 41.6%가 개신교도였고 12.3%가 카톨릭교도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한인 중에서 54%가 기독교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1990년 경 시카고 한인 사회를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한인 중에서 52.6%가 한국에서부터 기독교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 연구들을 통하여 오늘날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의 50% 이상이 한국에서부터 기독교도였음을 알 수 있고, 애틀랜타 한인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는 없었지만 이러한 비율은 애틀랜타에 살고 있는 한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이 미국으로 들어오기 이전부터 한인 중에는 기독교도의 비율이 높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기독교도가 아니던 한인 중에서 약 20%의 한인이 미국에 와서 기독교로 개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오늘날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의 약 70%가 기독교도인 것으로 다수의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 한인이민사는 2002년 9월 초판 발행되었음)

불교와 유교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아 온 한인들 중에서 기독교도 비율이 대단히 높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기독교도가 많다는 점에서 한인은 중국인이나 일본인 등의 다른 아시아인들과도 심한 대조를 이룬다. 뉴욕 지역에 살고 있는 중국인 중에서 기독교도 비율은 단지 5%에 불과하였고, 중국인의 65%가 불교나 민속 신앙을 숭배하였다.

시카고 지역에 대한 조사에서는 중국인의 32%, 일본인의 28%가 기독교도로 분류되었는데, 한인 중에는 71%가 기독교도에 속하였다. 애틀랜타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실시되지는 않았지만, 애틀랜타도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한인의 70%가 기독교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다수 한인들은 그들 스스로의 민족 교회인 한인 교회에 다닌다. 시카고 지역에 대한 연구에서 한인 기독교도 중에서 97%가 한인 교회에 다니고 있었고 나머지 3%만이 한인 교회가 아닌 교회에 다니고 있었다.

그 나머지 3%는 한인 이민 2세로서 영어가 편하여 미국 교회를 선택하는 사람, 국제 결혼을 하여 남편을 따라 미국 교회에 가는 한인, 혹은 한인 교회에서 갈등을 빚어 일시적으로 미국 교회에 나가는 한인 등으로 구분된다. 애틀랜타에서도 미국 교회에 다니는 한인 기독교도는 시카고 통계(약 3%)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인들이 한인 교회에 다닌다는 점은 미국에 살고 있는 여러 소수민족의 종교 양상 중에서 가장 독특한 것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필리핀인 중에서 약 85%가 카톨릭교도에 속하지만, 대부분의 필리핀인은 미국인 성당에 다닌다. 중국인과 일본인 중에서는 기독교도들이 있지만, 그들 대다수는 미국인 교회에 다닌다. 유대인들은 그들의 민족 종교인 유대교를 신봉하고 그들 스스로의 교회 당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미국에 살고 있는 유대인 중에서 유대 교회당에 다니는 유대인은 전체 유대인 인구의 절반도 못된다.

한인 교회의 예배 시간이나 교제 시간에는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청소년부와 유년부에서는 영어와 한국어의 두 언어를 사용한다. 미국 생활을 오래한 한인들이 모인 교회에서는 청소년부와 유년부에서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교회에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혹은 갓난아기 때부터 미국에서 자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유년부와 청소년부에서는 영어만을 사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반면에 미국 이민 생활을 오래하지 않은 한인들이 모인 교회에서는 청소년부와 유년부에서 한국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이민 1세 중심의 교회에서 1.5세나 2세 중심의 교회로 서서히 바뀌어 갈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197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는 한인 이민 러쉬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한인 교회는 이민 1세 중심의 교회로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미국 이민법의 개정과 여러 여건으로 말미암아 전과 같이 많은 한인 이민이 미국으로 건너오지 않는다.

그래서 세월의 흐름과 함께 서서히 한인 중에서 한인 이민 1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듦으로써 이민 1세 중심 교회로 지속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래 지향적인 교회는 이미 하나의 교회 속에 사실상 세가지 유형의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 첫째는 이민 1세 중심의 교회, 그 둘째는 영어권의 1.5세나 2세 중심의 교회, 그 셋째는 한국에서 이민 온 지 얼마 안되는 1세들의 자녀들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어권 교회이다. 그래서 많은 한인 교회들이 주일 예배와 교회 조직을 이에 맞추어 운영하고 있다.

이 중에서 제일 먼저 쇠퇴해 버릴 가능성을 가진 것이 바로 한국어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회이다. 왜냐하면 점차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이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하면서 영어권으로 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쇠퇴될 가능성을 가진 것이 이민 1세 중심의 교회이다.

만약 한국으로부터 꾸준히 이민들이 들어온다면 1세 중심의 교회도 지속될 것이나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1세들의 숫자는 계속 줄어만 갈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40대를 넘어 50대에 접어드는 영어권의 한인 이민 2세나 1.5세대가 있는데 그들은 영어권이기 때문에 이민 1세 중심의 한국어 예배보다는 영어권 예배와 교회활동을 선호한다. 결국 한인 교회들은 한인 이민 1세 중심의 교회로부터 영어권 중심의 한인 교회로 바뀔 가능성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 속의 한인 교회는 이에 대한 미래의 교회 상을 그리며 이에 대비한 교회 운영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인 교회의 교회 운영이 한인 이민 1세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한인 교회의 설교도 한국 지향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설교 중에서는 한반도의 통일, 한국 경제 상황, 북한 동포 등과 같은 주제가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교회 운영이나 설교에서 한인 이민 2세들은 부차적인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10~20년 이내에 많이 바뀌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가올 미래에 한인 이민 2세가 교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인가? 한인 이민 2세와 한인 교회와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될 것인가의 문제는 한인 사회의 미래상을 예측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애틀랜타 한인이민사 18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