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이 거의 없는 우드스탁 지역에서 백인을 상대로 목회를 하고 있는 한인 여성 목회자 김미리 목사(Rev. Millie kim)를 만나봤다. 미국에서는 아직도 설 자리가 좁은 타인종 그리고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보수적인 남부 백인을 목회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실제로 만나본 김미리 목사에게는 자칫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는 타인종과 여성이라는 타이틀이 ‘포용성’이라는 단어로 재해석되고 있었다.

김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베스컴연합감리교회(Bascomb UMC)는 등록교인 600명에 주일 평균 출석교인이 200명 가량인 중형교회로 전체 교인의 97%가 백인인 180년 된 미국 교회다.

타인종 목회, 어렵다고요?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OK

“목회하면서 타인종이라 다른 점보다 인간이라 갖는 공통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하는 김 목사는 “실업률이 20%가 넘는 지역의 특성상 경제적 어려움과 가정 불화로 고민하는 교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녀가 처음 담임을 시작하면서부터 4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 출석 교인은 200명으로 동일하지만, 30명이 나가면 또 다른 30명이 들어오는 흐름을 타고 교회는 꾸준히 성장해 왔다.

“떠나는 교인들도 있지만 매해 30여 명의 새 교인을 받아서 200명의 교인들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봅니다. 늘 처음이 힘들어요. 동양여자라 리더십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첫 설교를 들어보고, ‘정말 이 사람이 하나님의 권위를 가지고 목회를 하는구나’ 알게 되면 변화됩니다.”

김 목사는 “고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남성 목회자를 꺼리는 교인들을 본 적이 있다”며 “모든 것은 선입견에 기반한 것이고 계몽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여성 목회자에 대한 여전한 편견, 그러나 기도해 줄 문제일 뿐

여성 목회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그렇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여성관과 남성관이 있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인데, 존재를 존재로 대하시는 하나님의 시각으로 이겨나가면 힘들지 않다”고 그녀는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선입견에는 유연한 자세로 임하는 것도 김 목사의 목회 철학이다. 한 예로 젊고 고등교육을 받은 교인이 암에 걸린 사례가 있었다. 담임 목회자로 직접 가서 기도해 주려 했으나, 젊은 여성 목회자가 와서 기도해 주는 것을 꺼려했다. 그래서 나이가 지긋하고 백인이며 말을 부드럽게 하는 부목사를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 김 목사는 “이런 경우는 그 사람이 아직 자신을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에 이해하고 기도해 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180년 전통의 베스컴연합감리교회 전경.

그녀가 목회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많은 목회자가 그러하듯 하나님의 부르심과 인도하심을 따라서였다.

에모리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독일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녀는 법대 진학을 꿈꾸고 있었지만, 모든 문이 닫히고 오직 목회의 문만 열렸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어린 시절 목회자였던 할아버지와 친척들을 보면서 어린 마음에 ‘목회는 고생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녀가 목회자가 된 것이다.

연고 하나 없는 연합감리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하면서, 동양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노스조지아연회에서 목회자 안수를 받았다. 이후 한빛교회 전도사, 글렌메모리얼연합감리교회 부목사, 릴런드연합감리교회 담임, 몽골선교사, 한국 정동제일감리교회 부목사, 베스컴연합감리교회 담임을 차례로 맡아왔다.

창세기 1장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은 세상’을 회복하는 데 하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작게라도 공헌하는 게 목회의 핵심이라고 믿는다는 그녀는 앞으로 목회를 충실히 감당해서 달려갈 길을 완주하는 것이 목표. 그러나 한 가지 꿈이 더 남아있다. 바로 김 목사가 소속된 노스조지아연회에서 다문화 목회를 하는 한인 목회자 양성을 돕는 것이다. 현재 노스조지아연회에서 안수를 받은 한인 목회자는 김 목사를 포함해 총 2명 뿐이다.

다민족 목회하는 한인 목회자 배출 위해 노력

“소속 연회에서 매년 30여명의 한인 신학생들이 배출되지만, 지난 12년 동안 안수를 받은 한인 목회자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애틀랜타의 인종 구성이 다양해져 갈수록 인구 비율을 반영하는 다문화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이 많아 져야 합니다. 한인 중에서도 똑똑한 리더들이 많이 배출돼 사회가 좀 더 정의로워지는 데 공헌하는 목회자가 되고 싶습니다.”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세상의 소리가 아닌 하나님의 시각으로 ‘Can do’를 외치는 김 목사, 이것이 그녀의 행보가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