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은 일부, 대다수는 사명감만으로 ‘근근’
“집회 사례비 언급하면 비신앙적이라는 시각”


부와 인기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연예인은 요즘 10대들이 가장 희망하는 직업군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연예인들의 연평균 수입은 일반 직장인의 그것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몇몇 유명 스타들이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것에 비해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낮은 수입을 올리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만큼 ‘화려한’ 직업은 아니라는 얘기다.

교회에선 과연 어떨까. 흔히 ‘찬양사역자’ 혹은 ‘CCM(씨씨엠) 가수’(이하 CCM 가수로 통칭)라는 이들은 영화나 드라마 등의 연예시장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교회에서 거의 유일한 연예인에 속한다. 이들은 음반을 제작하고 콘서트 무대에 서며, 각종 교회 집회에 초청돼 찬양을 하고 때론 간증을 전한다.

기독교 음반 시장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음반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많지 않다. 대부분 교회 집회에 초청돼 받는 사례금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집회당 받는 사례금과 집회의 수가 이들의 수입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다.

‘유명’ CCM 가수가 집회에서 자신의 찬양 3~4곡을 부르고 받는 사례금은, 교회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개 30만원에서 50만원 사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의 교회가 초청한 경우, 교통비가 포함돼 6~70만원을 받기도 한다. 또 찬양 외 간증 등으로 집회에서 많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면 그에 따른 추가 수익을 올린다. 이런 집회가 매월 적게는 10회, 많게는 15회 정도다.

음반 및 음원 판매 수익은 발표된 음반과 히트곡 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인기 CCM 가수일 경우 월평균 100만원 내외다. 여기에 방송 및 라디오 출연료 등을 더하면 한 명의 ‘유명’ CCM 가수가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대략 300~500만원. 웬만한 직장인 월급보다 많은 액수다.

그러나 이는, 앞서 붙인 단서처럼 해당 CCM 가수가 유명할 때 얘기다. 경력이 오래됐고, 많은 히트곡을 남겨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그런 CCM 가수다. 이들 중 몇 명은 월평균 500만원을 훨씬 상회하기도 한다. 전체 CCM 가수들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CCM 가수들의 수입은 수입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집회당 사례금은 2~30만원 수준인데, 신인일 경우 ‘홍보’를 목적으로 아예 사례금을 받지 않기도 한다. 초청되는 집회 수도 유명 가수의 20% 가량으로 매우 적고 음반 및 음원 등 기타 수익은 거의 없는 편이다. 결국 50만원 안팎의 수입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할 형편이다. 이보다 적게 받는 CCM 가수들도 많다.

▲적은 수입, 경쟁자들의 출연 등 교회에서 갈수록 CCM 가수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본업’ 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다. 전공을 살려 보컬, 악기 레슨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실력이 되는 CCM 가수에나 해당되고 나머진 편의점, 막노동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물론 부업 없이 사명감 하나로 버티는 CCM 가수들도 있다. 이들이 인지도를 쌓아 소위 ‘인기 사역자’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보통 5~6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으나, 이 때까지 살아남는 신인은 드물다. 게다가 갈수록 마커스나 예수전도단 등 예배사역팀을 선호하는 교회가 늘어 그나마 있던 사역도 줄어드는 추세다.

그렇다고 ‘유명’ CCM 가수들의 사정이 월등히 나은 건 아니다. 이들은 그 인기만큼이나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한다. 개인적으로 해외 선교사들을 돕는가 하면 복지 단체 등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내기도 한다.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에 십일조를 포함한 헌금은 기본이다. 물론 신앙에서 비롯된 행위들이지만, 일거수 일투족이 노출된 유명인으로 어느 정도 그 ‘이름값’을 치르는 셈이다.

한 CCM 가수는 “사례비는 교회 쪽에서 주는대로 받는 경우가 많다. CCM 가수가 사례비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비신앙적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교회가 CCM 가수들을 그저 시간이나 때우는 사람으로 보지 말고 찬양선교를 위한 선교사 개념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례비 몇 백만원 줘도 연예인 초청이 ‘대세’

연예인은 최근 CCM 가수들의 입지를 더욱 좁아들게 만드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교회들은 예전에 비해 연예인들을 CCM 가수들보다 더 자주 집회에 초청한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고 비신자 전도에 더 효과적이라는 게 이유다.

연예인들이 교회 집회에서 찬양을 하거나 간증을 전하고 받는 사례금은 CCM 가수의 그것에 3배 내지 4배에 이른다. 이 역시 ‘유명세’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몇 백만원에서 최고 1천 만원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교회가 차츰 연예인들을 선호하자 전성기를 지난 연예인들이 아예 교회 집회만을 고정 스케줄로 소화하는 일도 생겼다.

한 원로 CCM 가수는 교회 집회에 연예인들이 초청되는 것에 대해 “심각한 문제다. 자본주의 전도방식의 전형적인 예”라며 “CCM 가수 대신 연예인들을 초청하는 것이 문제라기보다, (연예인에게) 돈을 많이 주더라도 사람들만 많이 모이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 문제라는 거다. 교회가 이벤트와 쇼로 사람들을 모으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전용대, 고형원 등은 찬양 하나로 한국교회 전체를 강타했었다. 그들의 노래를 듣고 회심한 사람들의 수가 엄청났다”며 “교단이나 교회 연합체 등 제도권 안에서 CCM 가수들도 선교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식이 생겨나야 한다. 그럴 때 보다 체계적인 CCM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예인이었다 CCM 가수의 길로 들어선 한 사역자는 “교회가 너무 연예인만 찾는다. 연예인의 길을 포기하고 사역자의 길로 들어섰는데, 오히려 교회는 사역자보다 연예인을 더 높이 본다”며 “그럼 누가 문화사역자의 길을 갈 수 있겠느냐. 이런 풍토가 점점 문화사역자들의 배출을 어렵게 하고, 이는 기독교 문화 수준의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