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화(anger)를 낸다는 이유로 부모님께 꾸중을 들은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부모가 된 우리도 자녀가 화를 내는 경우 이유를 막론하고 그 자녀를 혼내곤 합니다. 반면, 화를 안내는 자녀에게는 순하다, 착하다, 또는 순종적이다 라고 칭찬하며 그 태도를 격려 (encourage)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화 또는 분노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취급하는 단적인 예로서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화는 참고 억눌러야 하는 것,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되는 것으로 배워왔습니다. 그러나, 화 (anger)는 자신의 기대가 어긋나거나 불이익을 당한 경우 느껴지는 반사적 (reactive) 감정입니다. 그러므로 화는 살면서 누구나 느낄수있는 감정의 한 표현으로서 그 이유와 대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인간관계 중 부부관계에서 우리는 가장 많이 화 또는 분노를 표현하게 된다고 합니다. 각각 다른 환경 속에 성장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 맞춰가며 살아가는 부부관계에서 화가 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 분노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입니다. 장기간 150쌍의 부부를 임상연구한 존 가트만에 따르면 이혼을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기호 (sign)는 남편에 대한 부인의 경멸심이며 그 감정이 남편을 무시하며 무능력하다고 비하하는 행동으로 나타날 때라고 합니다. 반면에 가장 행복하다고 자칭하는 부부들의 공통점은 의견 충돌 (conflict) 시 부인의 분노에 남편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비록 부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부인의 감정을 무시하지 않는 남편의 태도가 부인의 화를 더 크기 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부부관계에서 분노가 발생된 경우 그 분노를 해결하는 방법은 매우 중요합니다. 보편적으로 화가 난 상황에서 부부 사이는 냉정해지고 멀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존 가트만의 연구 결과에서도 말해주듯이 남편과 아내, 혹은 그 중 한 사람이라도 분노의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경우 부부관계는 오히려 더욱 친밀해 질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나 아내가 화를 낸다고 느껴질 때 그것을 무시하거나 감정적으로 받아치기보다 “뭔가 불편한게 있구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작이 어찌되었든 남편의 또는 아내의 분노를 이해하고 민감하게 반응해주는 모습은 상대방을 향한 진정한 배려와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분노가 발생한 경우 그것을 해결하는 시점이 중요합니다. 분노를 초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그 감정의 불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고 분노는 상대방을 향한 거친 비판 (criticism) 이나 심지어 폭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분노가 순간적 감정이 아닌 ‘단계적인 감정’임을 설명해 줍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때, 분노는 ‘기분이 거슬린다 (bothered),’ ‘불쾌하다 (annoyed)’, ‘짜증나다 (irritated)’, ‘흥분하다 (agitated)’, ‘악화, 격화하다 (aggravated)’, ‘화나다 (angry)’, ‘화가 치민다 (furious)’, ‘격노하다 (irate)’, ‘창백하도록 격노하다 (livid)’, ‘격분하다 (outraged)’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며 발달하는 감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 갑자기 분노를 폭발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초기단계에서 느껴지는 분노를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억눌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감정은 참는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그 억눌린 감정은 대상과 시기를 달리하여 마침내 폭발하게 됩니다. 참고 참았던 분노가 어느 시점에선가 확 터져버리는가 하면 엉뚱한 대상에게 터지기도 합니다. 특별히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가장 안전하다(만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분노의 대상으로 선택하게 되는데, 안타까운 것은 그 화풀이의 대상으로 우리의 자녀들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분노가 폭발된 경우 누군가는 그 분노의 대상이 되고 상처를 받습니다. 그러므로 분노는 폭발하기전에 조절(Anger Management)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물론 화가 난 상황에서 자신을 조절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러한 분노 조절의 과정을 통해 소중한 관계를 잘 유지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냉철한 시각으로 자신의 감정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만일 화가 났다면 분노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며 그 분노의 대상이 누군지, 나의 분노가 정당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분노를 확인 한 후, 어떻게 하면 분노가 풀릴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가능하면 대화로 그 분노를 해결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