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예배당, 군데군데 사람들이 보인다. 주일 오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이곳, 하나님 앞에 섰다. 마음이 한결 차분하다. 성경을 넘기는 소리가 이따금씩 귓가를 감는다. 가정의 행복을 구하는 ‘어머니’의 기도소리가 마음을 때린다.

서울 온수동의 한 교회. 밖은 이미 해가 떨어져 어둡지만 수요예배를 드리는 이곳은 형광등의 불빛, 그 이상으로 환하다. 그 어떤 웅장함과 화려함도 없다. 조용한 기도, 은은한 찬양, 부드러운 음악만 있다. 집중도가 훨씬 뛰어났다. 금새 설교에 빠진다. 목사님의 눈길이 어느 때보다 자주 눈에 와닿는다.

설교였지만 편안한 대화라 여겼다. 설교자의 태도와 어투, 어느 것 하나 ‘불특정 다수’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를 앞에 둔 것처럼, 웃으며, 때론 농담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본문은 갈라디아서 3장. 지난 주에 이은 것이라는데, 설교에는 한 번에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이 많았다. 마치 수업에 늦은 ‘지각생’이 된 기분이다. 나로선 ‘그들의 세계’가 궁금할 뿐이다.

그런데도 그 ‘소외감’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마, 편안한 분위기 때문이리라. 제법 큰 교회였지만 예배만큼은 ‘수수’했다. 목사는, 꽤나 전문적인 신학용어까지 써가며 설교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수요일은 좀 진지하게 성경을 봅시다.” 성도들은 “아멘”이라고 했다. 설교는 1시간가까이 이어졌다.

예배가 끝났지만 몸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피아노 반주가 멎을 때까지 눈을 감는다. 주일, 예배가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향하던, 평소 모습이 아니다. 은혜로운, 잠시 감상하고픈 음악 때문일까…, 그렇기도 했지만 나는 분명 기도하고 있었다. 눈을 떴을 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 그대로였다.

▲한국교회에서 수요예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서울신학대학교 오성현 교수는 “수요예배가 신학적 전통을 가진 건 아니다. 마치 새벽기도회처럼 우리나라에서 생겨난 독특한 신앙생활의 한 예”라고 설명했다.

주일예배와 달리 형식, 설교 등에서 비교적 자유
강제성 없지만 모이기 힘써야… 지친 일상에 활력


현대인들에게 수요예배는 어떤 의미일까. 대부분의 교회에서 일반화 된 수요예배는 주일예배와 달리 그 참석인원과 예배형식, 설교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수요예배는 흔히 한 주의 중간인 수요일, 지난 주일예배 후 지나온 3일을 돌아보고 다음 주일예배까지 남은 3일을 신앙적으로 무장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수요예배를 삼일예배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런 ‘중간예배’의 성격 때문이다.

많은 성도들은 수요예배를 신앙적 성숙의 수단으로 삼을 뿐, 주일예배처럼 강제성을 띤 공예배로 생각하지 않는다. 실상 수요예배는 과거 부흥운동의 연장에서 금요기도회와 함께 생겨난 ‘기도회’의 일종이었다.

서울신학대학교 오성현 교수(기독교윤리)는 “수요예배가 신학적 전통을 가진 건 아니다. 마치 새벽기도회처럼 우리나라에서 생겨난 독특한 신앙생활의 한 예”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도회적 성격이 짙은 수요예배에는 일반적으로 주일예배 인원의 3분의1 정도가 참석하는 것이 보통이다. 참석자들의 연령대도 신앙생활을 오래했고, 교회에서 헌신도가 높은 장년층이 주를 이룬다. 설교는 주일예배의 그것이 전 성도를 아우르는 평이한 것이라면 수요예배에선 주로 신앙적 성숙도가 깊은 성도들을 대상으로 한 강해식 설교가 행해진다. 최근에는 저녁 시간대에서 탈피, 직장에 다니지 않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오전에 수요예배를 드리는 교회도 늘고 있다.

분당 한신교회 이윤재 목사는 “수요예배엔 주로 성경공부식 설교를 한다. 참석자들도 교회에 오래 다닌, 헌신도가 높은 분들”이라며 “수요예배는 말 그대로 한 주의 중간에 드리는 예배다. 이를 통해 성도들은 지나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다가올 주일을 준비한다. 주일예배만 드리는 선데이크리스천이 돼선 결코 안 된다. 신앙은 자주 교회에 나올수록 좋아진다”고 성도들이 수요예배에 적극 참석할 것을 당부했다.

성결대학교 배본철 교수(성령론)는 “수요예배는 성경과 신학적 바탕 위에서 생겨난 것이라기보다 기독교 문화와 관련된 것”이라며 “수요예배를 드리는 것은, ‘그것을 드리지 않으면 죄’라는 것보다 신앙의 선배들이 지켜왔고 좋은 유산으로 한국교회에 정착된 것이기에, 한국교회 한 일원으로 그것을 지키는 것이 신앙적 유산을 존중하는 바람직한 태도라는 측면에서 생각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신대 오성현 교수는 “모이기에 힘쓰는 일은 얼마든지 권장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경건생활에 있어 최근 그 중심이 교회에서 개인으로 옮겨가는 듯하다. 예전엔 성경묵상과 큐티 등을 교회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그러한 것들이 개인의 일상적 영역에서 많이 행해지고 있다. 시대가 변한만큼 수요예배에 대한 생각도 다소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요예배에 참석한 한 성도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성경을 깊이 볼 수 있다는 점이 수요예배를 드리게 된 이유”라며 “바쁜 삶 가운데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예배 드리는 것 자체로 지친 일상에 큰 활력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