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김흥수)가 8일 오후 서울 새문안교회(담임 이수영 목사) 언더우드교육관 지하1층 미션홀에서 제290회 학술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발표회에선 감리교신학대학교 강사로 있는 하희정 박사가 ‘동아시아 근대여성관의 형성, 1880-1920; 미국 복음주의 젠더 이데올로기와 근대국가 세우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하 박사는 “최근 식민주의시대 근대담론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시아의 근대 페미니즘과 모더니티의 관계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며 “최근 들어 신여성에 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신여성은 가정이라는 전통적 가치로부터 독립된 여성의 주체성과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 여성들이었다는 점에서 근대 페미니즘의 문을 연 선구자들로 평가되기도 한다”고 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이것은 신여성 등장 이전 여성교육의 필요성을 먼저 주창하고 젠더 이슈를 근대담론으로 이끌어냈던 기독교의 여성선교와 아시아 민족주의의 이데올로기적 결합이 있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며 “아시아의 근대국가 형성과 맞물려 발전한 여성의식의 태동을 도외시한 채, 아시아의 근대 페미니즘의 형성을 19세기 미국사회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던 미디어의 발달과 서구적 소비문화에 영향을 받은 초기단계의 글로벌 페미니즘의 한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의 유교적 전통질서에 대한 기독교의 비판은 아시아 여성들에게 뿐 아니라 서구의 근대사상을 받아들여 민족을 계몽하고 강력한 근대국가를 세우고자 했던 아시아 남성 개혁가들에게도 매력적이었던 것”이라며 “개신교 선교사들과 아시아 남성 개혁가들의 이데올로기적 결합으로 시작된 아시아 근대여성의식의 형성은 여성들의 남녀동등권 요구로 시작돼 남성지배적 사회질서에 저항하는 여성운동으로 발전했던 서구의 페미니즘과 구별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 박사는 “서구와 달리 아시아 근대여성관의 인식론적 틀은 근대국가 이데올로기의 형성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동시에 개신교 선교사들의 ‘이교도 자매 구하기’를 뒷받침했던 복음주의적 페미니즘도 근대국가를 꿈꾸었던 아시아의 민족주의적 이데올로기와 만나면서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선교사들이 이상적으로 내세웠던 근대여성관의 패러다임이 ‘경건하고 순결한 신앙의 어머니’에서 ‘자녀교육에 헌신하는 어머니’로 대치되는 양상을 보였다. 아시아 여성들은 기독교를 통해 비슷한 방식으로 서구의 모더니티를 경험했지만, 서로 다른 형태의 정치적 구조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유교의 전통적 젠더 이데올로기의 부활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