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 ‘봄이 오면’ ‘그해여름’ ‘아낙’..., 차가운 돌 위에 그려진 그림이 이렇게 따뜻할까? 왜 일까 보았더니 그 옛날 아랫목을 따뜻하게 데우던 구들돌이라고 한다. 섬세한 화가의 손길은 구들돌의 온기마저 살려 내는 듯 했다. 평범한 주부가 그려낸 소박하면서도 인간적인 그림 속에는 작가의 감각과 이상이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그렇기에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소중함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들은 현재 한국의 모산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으며, 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여행 겸 딸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미국에 온 백은숙 작가는 교민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담아 초대장을 보내왔다.

백은숙 작가는 타고난 재능을 품고 평범한 주부로 살아오다 뒤늦게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부유하지 못했던 가정에서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없었고 조금 일찍 결혼한 탓에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지만 주부이기 때문에 포기하고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과정들이 현재의 작품 활동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때문에 작품에 나오는 여러 여인들의 모습은 작가와 같은 여성들을 대표하기도 하고 작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내면의 깊은 세계에 있는 자신도 모를 순수세계를 추구하며 회화로 승화시켜낸 작품은, 바탕을 깔아놓고 덧칠하는 기법으로 좀 더 깊고도 깊은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사람은 아주 순수한데 살다보니 완악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내면의 깊은 세계에는 태초의 순수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죄로 인해 타락하기 전 에덴동산에서 하나님과 함께 하던 아담과 하와처럼요. 태초의 순수함에 대한 추구는 악하고 더러운 것에서부터의 구원을 열망하는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요?”

백은숙 작가는 작품을 통해 위로와 치유를 전하고 싶어 했다. 상처를 싸매주는 따뜻한 그림, 낙심하고 좌절한 분들에게 드리는 희망의 그림을 말이다.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이고 이렇게 늦게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하신 뜻이 있으리라 믿어요. 작품을 통해 좀 더 성서적이면서 하나님이 지으신 순수하고도 근본적이 뿌리를 찾아가고 싶습니다.”

백은숙 작가는 그림 외에도 글과 사진을 통한 작품 활동도 하고 있다. 때론 그림쟁이, 때론 글쟁이, 때론 사진쟁이가 그녀의 이름 앞에 항상 따라다니는 이유이다. 하나의 피사체를 두고 일인 삼역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더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은 넓잖아요. 보이는 것마다 작품이지요. 지난 97년도에 성지 순례를 했었는데 하나님의 세계가 얼마나 광대하고 경이로운지 말이 안 나오더군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세계 각국을 돌면서 저의 그림과 글과 사진을 담아 여행 에세이를 내보고도 싶구요, 선교에도 보탬이 되고 싶어요.”
평범한 여성에서 그림과 글, 사진으로 예술가의 이름을 더한 백은숙 작가는 하나님의 뜻을 믿는다. “마치 하나님께 콘티가 짜여 있는 기분이에요. 전 그것을 하나씩 걸어가는 것이 구요. 정말 멋지게 풀어 가실 거예요.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케 되리라는 약속의 말씀을 주셨거든요.”

백은숙 작가의 작품 전시가 아직 미국에서 이뤄진 적은 없지만, 그녀는 작품을 통해 교민들과도 교감하고 싶다고 했다. 설 명절을 맞아 고국을 방문한다면 한번 찾아가볼만한 곳이다.

모산미술관: 충남 보령시 성주면 개화리 274(Tel. 933-8100)
작가 블로그: http://blog.paran.com/silver0372
작가 이메일: silver0372@hanmail.net

◇백은숙 작가 약력◇
-모산미술관 개인 초대전(모산미술관)
-대한민국 창작미술협회(세종문화회관)
-예가족갤러리 초대전(예가족갤러리)
-국제문화 미술대전(메드로미술관)
-한·독미술교류전(독일괴테미술관)
-한·일·싱가폴 국제미술전(싱가폴국립미술관)
-국제종합예술대전(부산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