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젊은 층으로 이뤄진 소형교회이면서 아직 중년기를 넘기지 않은 청년기를 보내고 있는 교회가 그 배경이라고 먼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중년기를 넘긴 소형교회에게도 물론 적용되리라 생각하지만 저의 작은 생각들을 보편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약 2년 전 박정찬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비가 오고 그리고 또 굳고, 또 비가 오고 또 굳어 가면서 땅이 겨우 견고해질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오늘, 그 말씀이 저의 마음에 더욱 와 닿습니다. 다시 말씀 드려서, 소형교회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그냥 겪으며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조금이라도 땅이 굳어져야 그 위에다 무엇을 해도 할 수 있지, 견고하지 않은 땅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척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소형교회의 사역을 담당하시는 목회자들은 기도하며 견뎌내야 합니다. 주님과의 친밀함을 통하지 않고는 겪어야 하는 힘듦과 외로움을 이겨낼 재간이 없습니다.

기도해야 한다는 말을 기록하면서 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됨을 고백합니다. 하나님과 친밀한 기도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외로움과 두려움으로부터 목회자의 심령을 따뜻하게 지켜줄 “성령님과의 친밀한 기도”가 무척 중요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친밀함의 기도”를 여기에 모두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Intimacy with God”이란 주제의 기도에 관한 책들을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로 소형교회의 생명력은 “담당목회자의 심령의 건강상태 및 영적 헌신에 달렸다”라고 단순화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마음 속의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는 멘토가 필요합니다. 이 말씀은 동북부 선교감리사인 한상신 목사님이 저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저에게는 담임목사님이셨던 나구용 목사님도 계셨고, 친누이인 김지나 목사님도 옆에서 꾸준히 멘토링(잔소리?)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선교교회로 개척을 시작하면서는 한상신 감리사님, Noel Chin 감리사님과 꾸준한 대화와 조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동년배지만 선배목사인 장학순 목사님은 제가 정기적으로 찾아가 장시간에 걸쳐 목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교회를 함께 개척한 김성애 목사님과도 지속적으로 목회에 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소형교회가 서야 하는 땅이 어느 정도 굳어져서 울타리도 치고 정기적인 농사를 지을 수 있을 때까지 그 버거운 목회를 짊어지고 가기 위해서는 목회자님들에게 대화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컨설팅을 받는 장소라기보다는 숨을 쉬며 조금이나마 안정을 되찾고 새로운 힘을 모아서 심령 속에 심어놓으신 성령님의 그 열망을 되찾아, 어제 내린 비에 흘러 무너진 땅이 다시 굳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합니다.

많은 선배목사님들이 전문적인 상담가의 도움까지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국적 정서에는 어쩌면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목회자에게 맡겨진 목회에 더욱더 책임있는 헌심을 하기 위해서 꼭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세 번째로는 교회를 “교회”로뿐 아니라 “회중”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소형교회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은 가족 같은 교회라는 것입니다. 마치 모든 양들이 목자의 목소리를 정확히 알고 있는 그런 목장처럼 끈끈한 정이 흐릅니다. 그런데 소형교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도리어 이런 이유 때문에 빠져나올 수 없는 데드락(Dead lock), 즉 교착상태에 봉착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쉬이 무너지지도 않지만 성장도 없는 폐쇄된 교회가 되어 버리기 일쑤입니다.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며 자랑하던 것이 바로 가족 같은 교회였습니다. 성경에서 제시하는 그런 교회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0명 이하의 교인들이 정말 가족 같이 지냅니다. 그런데 열심히 전도하고 아웃리칭을 하여 60~100명이 넘어가려면 영락없이 제 주위에 가족 같은 교인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깁니다. 헌신적이고 가까웠던 가족 같은 성도님과는 깊은 골이 생기며 그 관계에 금이 갑니다. 한 번이면 족한데 계속 그렇습니다. 이런 일련의 경험을 통하여 깨닫게 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소형교회가 성장하면서 세상 속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게 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Go”라고 사명을 주셨듯이 교회가 세상으로 다가가면서 아직도 세상의 풍조와 사상에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성도로 받게 됩니다. 그러면 모든 성도들이 목자의 음성을 정확히 들으며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성도들 사이에서도 헌신도의 모습을 가지고 교회의 주인행세를 하려고도 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교회를 다녔는지를 가지고 순번을 정하려고도 합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공생애의 목회를 시작하시기 전, 광야에서 40일 동안 시험을 받았던 세 가지의 유혹이 사방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인위적인 행위나 인기, 권력의 유혹들이 가족 같은 교회로 들어옵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방안은 교회를 주님의 몸 된 순수한 교회가 되려는 회중, 즉 살아있는 조직적인 시스템으로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스템을 어떻게 건강하게 성장하게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Belief 시스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교회의 사명, 기관적 부서 디자인 그리고 지속적인 변화를 위한 피드백 시스템도 이 회중 시스템 속의 중요한 부분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목회를 준비하지 않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종종 일어날 수 있습니다. 목회자는 이런 회중 시스템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역할도 개체교회로의 부르심 안에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Managing the congregation”이란 테마로 많은 양서들이 있습니다.

끝으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소형교회의 목회자님들, 특히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목사님들은 중대형교회가 가지고 있는 많은 리소스들을 부러워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것들만 있으면 우리도 성공할 수 있을 텐데 푸념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정한 생명력은 사이즈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린 곳에 생명력의 강한 열망이 존재합니다. 아무리 부족하다 할지라도 회중 안에서 그리고 주위에 있는 것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Asset-based Ministry Development입니다. 없는 것을 준비해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작은 것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저희 교회가 성장을 무겁게 누르는 기운으로부터 벗어나 생명력 있게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데는 Friday Cafe라는 적은 무리의 테이블에서 비롯됐습니다. 친교 테이블을 준비하는 것을 좋아하는 한 두 명의 성도들과 간단한 저녁과 과일 초콜릿 폰듀를 준비해 정기적인 테이블 친교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막 새로 나오신 성도 중에 요리를 좋아하는 분도 초청을 했고 주위 친구들도 한 명씩 초청을 했습니다. 그래서 조그마한 테이블 주위에 안장 음식을 나누며 서로 대화하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약 7~8개월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금요카페에 나오신 분들이 저희 교회에서 세례, 입교도 하고 지금은 교회 리더십에 모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교회의 새로운 시즌이 열렸습니다. 투자된 것이 있다면 한 주에 음식재료 값으로 50불 미만입니다. 과거 어떤 행사나 프로그램을 통해서 얻을 수 없었던 새 시즌을 열어가며 이 작은 사역이 교회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 것입니다.

참 신기한 것은 잔물결과도 같은 작은 파장은 꾸준히 새로운 파장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Friday Café를 통해 세워진 분들에게 영적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맨하튼에서 바쁘게 생활하는 분들을 일주일에 몇 번씩 교회로 소집하는 것은 그리 좋은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하지만 교회의 리더십으로 성장할 적은 무리를 초청하여 수요일 저녁에 단기간으로 정기적 성경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그분들의 삶 속에 배운 것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했습니다. 저도 이런 프로젝트에 오래 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매일 교회에 가야만 했습니다. 새벽과 저녁으로 교회에 나갈 수 있어 저에게는 큰 도전을 준 그런 영적 훈련 여정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맨하튼에서, 특히 우리 성도들에게 매일 새벽과 저녁으로 교회에 오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한들, 일주일에 두 나절을 빌려서 교회를 사용하는 저희에게는 가당치 않은 생각입니다. 24/7/365 쓸 수 있는 교회건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더 좋은 공간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30일 동안 매일 아침/저녁 묵상 및 하루에 한 가지씩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행동으로 옮기는 project를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Facebook에 계정을 새로 만들고 묵상말씀 및 도움말씀을 주었고 성도들은 매일 아침묵상 중에 받은 음성을 그곳에 올리며, 하루를 살면서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하였을 때 체험하게 되는 것들을 기록하게 했습니다.

한 달간에 Facebook에 올려진 간증들은 정말 엄청납니다. 놀랍습니다. 경이롭습니다. 또한 한 달에 30불을 주고 온라인 회의 서비스를 샀습니다. 성도님들이 따로 교회에 오실 필요없이 온라인 상에서 서로 대화하고 공부하는 온라인 클래스를 가졌습니다. 얼마나 편하고 효과적인지 모릅니다. 여기서 강조하고픈 것은 온라인 서비스를 쓰라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 있는 것을 발견하시고 그것을 가지고 시작하시라는 것입니다. 없는 것을 가지고 그것을 동경하고 앉아 있지 말고, 있는 것을 가지고 작게라도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시작은 미비하나 끝은 창대하리라”하신 말씀을 오늘 우리 목회에서 체험하고자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교회는 기도회를 열려고 해도 장소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변명이었습니다. 요사이는 꾸준히 한 달에 한 번씩 B3M Advance라고하는 기도회를 가집니다. 차편이 한정되어 있기에 10~12명씩 선별, 초청하여 기도회를 가집니다. 요즈음은 St. Mark’s UMC와 Staten Island 교회로부터 친교실을 선교협조로 빌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4 star conference center 호텔을 priceline.com을 이용해 4명이 편하게 쉴 수 있는 호텔방을 40불에 빌립니다. 참가자가 20불씩 부담하는데 은혜스러운 1박 2일 기도회뿐만 아니라 훌륭한 음식과 최고의 잠자리까지 준비됩니다. 모든 비용이 거의 자체적으로 해결되며 교회의 부담은 최소한입니다. 다시 말씀 드려서, Asset-based Ministry Development(ABMD)에 입각한 revitalization process를 시도하여 보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연합감리교회 교우들의 신앙증진 및 일선에서 수고하는 목회자들의 사역을 위해 섬기며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연합감리교인으로서의 연대감을 느끼며 신앙생활 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돕는 [섬기는 사람들] 1, 2월호에 실린 글을 연합감리교회 공보부의 허락을 받아 개제합니다.-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