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부 6쌍 중 1쌍이 신체 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3800가구를 대상으로 지난 5월부터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우리나라 65세 미만 부부들 중 16.7%에서 신체 폭력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2004년 15.7%, 2007년 11.6% 등보다 상승한 것이다.

신체 폭력과 함께 정서적 폭력, 경제적 폭력, 성 학대나 방임 등을 모두 포함한 부부 폭력 전체 발생률은 53.8%에 달했다. 부부 폭력률은 지난 2004년 44.6%, 2007년 40.3%보다 훨씬 높았다.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들은 거의 매일 음주하는 비율이 9.5%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1회 평균 소주 8잔 이상을 마시는 비율도 폭력 행사자들의 경우 24.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신체 폭력률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 경제상황의 변화를 꼽으면서,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와 불안정한 경제 및 고용상황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발생 원인을 비교해 보면 2007년에는 경제적 문제를 원인으로 든 경우가 아내의 8.8%, 남편의 9.5%에 불과했으나, 2010년에는 아내의 23.2%, 남편의 29.6%에 달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성격 차이였으며, 다음으로 경제적 문제, 음주 문제, 시가·처가 문제, 자녀 문제, 외도 등이 차지했다.

이같은 여성의 부부폭력 비율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65세 미만 기혼 여성이 남편에게서 신체 폭력을 당한 경우는 15.3%였으며, 이는 영국(3.0%), 일본(3.0%), 미국(1.3%), 호주(4.9%) 등에 비해 현저히 높다. 터키(10.0%)와 태국(13.0%)보다도 높은 수치다.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적었다. 피해 여성 중 62.7%는 외부에 도움요청을 하지 않았고, 도움을 요청한 경우라도 그 대상이 대부분 가족과 친척이었다. 이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29.1%, ‘집안일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 26.1%, ‘배우자를 신고할 수 없어서’ 14.1%, ‘자녀 생각 때문에’ 10.9%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탈북자들의 부부간 폭력이 심각했다. 탈북자들의 지난 1년간 부부 폭력 발생률은 무려 85.2%였다. 신체 폭력 51.3%, 정서적 폭력 75.7%, 경제적 폭력 43.8%, 성 학대 33.6%, 방임 59.5% 등으로, 신체 폭력의 경우 일반 가정의 약 3배다.

여성가족부는 이같은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여성 지원강화를 위한 가정폭력종합대책을 비롯해 가정폭력 피해자 및 가족보호 중심의 사건 처리를 위해 검·경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인권보호교육을 오는 2011년부터 실시하고, 가정폭력 근절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