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들의 군복무를 금지시켜 온 DADT(Don't Ask, Don't Tell) 정책이 마침내 폐지되기에 이른 데 따라 보수 교계가 강력한 비판 입장을 밝히고 있다.

DADT 정책은 1993년 빌 클린터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동성애자들의 군복무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 사이에서 타협안으로 마련된 것으로, 군복무자의 성적 취향에 대해서는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고 규정하고 있다. 즉 동성애자가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적 취향을 밝히거나 상사 또는 동료가 특정인의 성적 취향을 묻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강제 전역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래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온 동성애자 군복무 허용은 DADT 폐지안이 16일 하원과 18일 상원에서 통과된 데 이어 22일 오바마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결국 가능케 됐다.

이에 DADT 정책 폐지를 막기 위해 노력해 온 보수 교계는 실망과 함께 우려 섞인 비판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보수 교계 단체들의 폐지안 통과 금지 운동을 주도해 온 패밀리리서치카운슬(FRC) 회장 토니 퍼킨스 목사는 성명에서 “미군은 단 한 가지 목적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고 그 목적은 전쟁에서 이겨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그러나 그 목적은 급진적 사회 어젠다를 위해 변질되고 말았다”고 규탄했다.

또 “폐지안은 인간의 성에 관한 사회적 태도를 재형성하는 근거로서 이용될 수는 있겠지만 국가 안보라는 사명을 완수해야 하는 군의 능력에는 악영향을 줄 뿐”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 애리조나 주)이 국방부 보고서를 토대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정책의 폐지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들의 군복무가 가능해질 경우 군을 떠나는 것을 고려해보겠다고 답한 군 종사자 수는 전체의 약 13%에 달하는 26만여 명 이상이었다.

퍼킨스 목사는 또한 레임덕 회기(선거가 끝나고 새 회기 시작 전 가동되는 회기) 기간 논란이 되고 있는 폐지안의 통과가 급속도로 이뤄진 것은 “민주당 지지 기반에 대한 정치적 헌금에 가깝다”고 맹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DADT 정책 폐지는 그동안 동성애자 권익 옹호단체들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 내세워 온 군종 목회자 철수 요구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퍼킨스 목사는“군종 목회자들은 이 나라를 보호할 막대한 책임을 진 모든 군인들의 정신적, 감정적, 영적 상황을 담당하고 있다”며 “동성애가 죄악이며 잘못 형성된 성향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그것을 바로 잡아줘야 할 책임을 다한다고 해서 물러나야 한다면 이는 명백한 종교 자유의 침해”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