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스(Borders)라는 서점에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목회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것은 지금 마시고 있는 이 커피가 공짜 커피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서점에 올 일이 많기 때문에 회원으로 가입을 했더니 심심치 않게 할인쿠폰이 날아옵니다. 그러더니 오늘은 책방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커피숍에서 공짜 커피를 준다는 쿠폰이 이메일로 왔습니다. 커피를 받아 자리에 앉아 있는데 사람들이 꾸준히 들어옵니다.

재미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손에 제가 방금 전에 가져온 것과 똑같은 쿠폰이 들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공짜 커피를 손에 들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습니다.

사실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가 다 공짜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공짜를 좋아하다가 사기를 당하고, 어려움에 빠지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흔하게 접하는 공짜에 대한 사기중의 하나가, 엄청난 액수의 돈을 기부 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입니다. 자신은 미망인으로 현재 자신의 나라에 어려운 정치적 상황이 생겨 미국에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으니, 자신의 엄청난 재산을 당신에게 기부하겠노라, 좋은 일에 잘 사용해 달라는 부탁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이메일 입니다. 사람들이 이러한 공짜 기부금에 대한 이메일에 흥미를 갖다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모두 알려주고 결국 사기를 당하고 맙니다.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다보니, 사람들은 공짜를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경계합니다. 때로 너무 좋은 것이 공짜로 주어지면, 이것이 과연 사기는 아닌지 조심스러워합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류는 항상 죽음의 문제를 극복해 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죽음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어떤 비용이 들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을 실현해보고자 애를 써 왔습니다. 중국의 진시황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 어떤 것을 투자해서라도, 죽음을 극복하고 영생을 누리고 싶어 했습니다. 영원한 생명은, 죽음이라는 절대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온 인류에게 최고의 선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최고의 선물인 영생이 우리에게 공짜로 주어진다면 우리는 과연 이것이 사기가 아니라 진짜라고 믿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너무 대단하고 너무 좋은 것이라서, 아예 그럴 리가 없다고, 거짓이라고 신경 쓰지 않을까요? 영원한 생명이라는 선물에 대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그럴 리가 없어’라는 의심의 마음을 갖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라는 부정적인 마음으로,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값없는 은총, 값없이 주어지는 영생을 거짓말로 생각하고 믿기를 거부합니다.

그런데 기독교 역사를 보면, 심지어 믿는 사람들조차 그렇게 좋은 것은 거저 주어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세시대때 로마 가톨릭에서는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너무나 악한 일을 자행했습니다. 면죄부를 판매한 것입니다. 면죄부란, 돈으로 천국행 티켓을 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면죄부란 세상엔 공짜란 없다는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 본 속임수였습니다. 어떻게 영원한 생명을 값없이 얻을 수 있느냐, 어떻게 천국을 공짜로 갈 수 있느냐라는 무의식속의 불안감을 이용해 로마 가톨릭 교회는 엄청난 돈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입니다. 성탄절은 아기 예수께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날 입니다. 우리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값없는 은총이 현실화된 날 입니다. 크리스마스의 가장 근본적인 정신은 값없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입니다. 죄인이기에 형벌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죽음을 극복할 수 없는 우리들에게, 하나님은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주십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하심이니라(요3:16)’ 믿으면 구원을 얻습니다. 믿으면 죽음을 극복하고, 영생을 얻어 하나님과 영원히 천국에서 함께 살 것입니다. 믿음은 값을 주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값없이 주어지고 사랑으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탄절이 되면 많이 들떠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서로 다른 이유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한 해의 가장 큰 매출을 올리고,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들떠합니다. 직장인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들떠합니다. 십대들과 젊은 층들은 더 자주 파티가 열리고, 더 자주 모일 수 있기에 들떠합니다. 사람마다 성탄절이 기쁜 이유는 다 다릅니다.

하지만 아기 예수가 빠진 성탄절은 결국 하나님의 값없이 주어진 은총을 얻지 못한 채 누리는 세상적 즐거움일 뿐입니다. 한 잔의 공짜 커피를 받으며 그렇게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 모두가 값없이 주어진 예수님의 은혜를 언젠가 꼭 믿게 되기를, 그래서 인생의 절대적 절망인 죽음을 극복하고 인생의 최고 선물인 구원을 얻게 되는 성탄절을 맞아 기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