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은 역사학자 겸 저술가인 제임스 애덤스가 지어낸 말이다. 1930년대 초 그가 쓴 '미국의 서사시(the Epic of America)'에 처음 등장한 이후 성공한 사람들에게 마치 훈장처럼 따라붙게 됐다. 이민자로 이뤄진 이 나라가 지향해야 할 덕목과 가치관을 담고 있어 미국 대학에선 필독서로 꼽힌다.

애덤스는 예일대학 졸업 후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투자뱅커로 일하며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이내 돈에 대한 욕심을 접고 저술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독립선언문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에 등장하는 두 번째 구절이 그의 젊은 가슴을 마구 뒤흔들어놨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창조주는 우리에게 결코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니 이는 곧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이다. 정부는 이같은 권리를 보장해 주기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 목적을 파괴할 때는 언제든지 무너뜨릴 수 있다."

토머스 제퍼슨은 훗날 선언문에 담긴 취지를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미국은 20년마다 '혁명'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규제하는 어떤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혁명에 빗대 강조한 것이다.

애덤스가 '미국의 서사시'를 저술한 때는 대공황의 후유증으로 미국인들의 삶과 정신이 극도로 황폐해졌을 무렵이다. 그는 탐욕에 눈이 멀어 고통을 자초한 당시 사람들에게 독립선언문의 정신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이 땅의 꿈은 주어진 능력에 따라 평등한 기회가 주어져 모든 사람들이 보다 더 나은 삶 더욱 충만하고 더 잘 사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것은 반드시 고급 승용차를 소유한다거나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그런 꿈이 아니다. 출생과 신분에 관계없이 자신이 이룬 성과를 남들이 인정해 줄 때 비로소 꿈이 이뤄지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오직 부의 축적에만 맞춘 나머지 파국을 몰고 온 세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세계 수백 수천만명의 이민자들이 미국 땅을 밟은 것은 단지 풍요를 추구해서가 아니라 모든 장애를 뛰어넘고 인간으로서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메리칸 드림'의 본질이자 독립선언문의 기본정신이라고 풀이하며 미국인들의 헛된 꿈을 질타했다.

지난 6월 하버드 대학생 에릭 발데라스가 불법체류 혐의로 샌앤토니오 공항에서 체포되자 애덤스의 이 책이 또다시 관심을 끌었다.

리처드 더빈 상원의원은 하버드대학 총장과 함께 자신의 사무실을 방문한 에릭에게 이 책을 인용하며 '드림법안'을 꼭 통과시켜 그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다짐했다.

미국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불체학생들에게 대학을 졸업하거나 군복무를 마치면 합법신분을 부여한다는 법안이다. 더빈 의원 부모도 아일랜드와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난 이민자다. 그 자신 육류가공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며 '드림'을 일궈냈다.

'드림 법안'이 하원에선 통과했지만 상원의 표결 무산으로 또 좌절됐다. 지난 19일 상원은 드림 법안을 표결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투표를 실시했지만 찬성표가 55표에 그쳐 표결에 부치지 못했다.

상원에서 이 법안이 전체회의에 상정되려면 전체 의원 100명 중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에 따라 수만 명의 한국계 불법체류 청소년을 비롯해 히스패닉계 불법체류자들에게 적지 않은 후유증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어릴 적 부모의 손에 이끌려 이 땅을 밟은 젊은이들. 부모의 잘못과 책임을 자식들에까지 묻는다는 것은 결코 미국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독립선언문에 행복추구권이 존재하는 이유다.

'미국의 서사시'는 출생과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끝을 맺는다. 꿈을 빼앗는 것. 애덤스에 따르면 비미국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다.

박현일 기자, uko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