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내년도 살림을 위한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생긴, 여러 문제점들은 우리 국회가 얼마나 후진성을 못 면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장외투쟁까지 하면서, 문제의 책임소재는 서로 상대 당에 있다고 주장하니, 국민들은 계속 우롱 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예산 통과 문제로 정치계와 종교계가 마찰을 빚고 있으니 이 또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정치권의 참아줄 수 없는 조변석개(朝變夕改)에 비애를 느낀다.

정치권은 약속을 했다면 지키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밀약이라도 약속은 약속이 아닌가? 정치권은 언제까지 돈으로 종교계를 길들이려고 하는가? 아니면 종교계의 표를 얻으려고 영혼이라도 팔려는 심산인가?

종교계가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선한 일을 도모해야 한다면 그 과정도 문제가 될 소지가 없어야 한다. 기독교는 1천만 명이 넘는 신도가 있으며, 불교는 자칭 2천만 명의 불자가 있다고 하는데, 그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포교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옳지 않겠는가? 문화를 빙자한 종교 사업을 언제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하려고 한다는 말인가?

기독교계가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유지․보수를 위한 예산을 문제로 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당한 절차에 의하여 지정된 국가문화재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종교계에 지원하는 예산중에서 많은 국민들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는 소위 템플스테이(temple stay)는 명분과 실제가 전혀 다르지 않은가? 왜 국가 예산으로 특정종교를 포교하려는가? 라는 국민적 불만이 누적되고 있음을 정말 모르는가?

2009년도에 정부에서 문화재 관리에 지출한 내용을 보면 천주교에 12억 5천만 원, 기독교에 9억 원, 불교지원 630억 원인데, 그 중에 사찰진입로 확장공사, 주차장 확장공사, 조경공사 등에도 지원하였고, 사찰 화장실 개축 보수에만 25억 원 이상이 지원되었다. 이 같은 내용을 국민들이 용인하겠는가?

또한 템플스테이가 관광․문화적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불상(佛像) 앞에서 아침과 저녁에 예불 올리는 순서와 공양, 발우, 불교식 요가, 선무도 등도 있는데, 이것을 어찌 포교와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것인가?

국민들은 이번 국회가 신년도 국가 예산 날치기 사건으로 국민을 얼마나 무시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는가를 분명히 보았으며, 또한 정종유착(政宗癒着)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게 되었다. 또한 그간 정치계가 종교계와 어떠한 관계속이 있었는가를 잘 보여준 것이다.

문화, 관광을 목적으로 했다는 템플스테이를 위한 정부의 예산 지원이 2002년에 3억 원을 시작으로 2004년도에 18억 원, 2006년도에 35억 원, 2007년도에 150억 원, 2009년에는 185억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04년부터 2010년 사이에 지원한 금액이 자그만치 748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내년도에 122억 원을 배정받았다고 해서 불교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마침 불교계에서 정부의 지원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늦었지만 잘된 일이다. 종교는 종교계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로 종교의 역할을 하면 된다. 오늘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정치권이 촉발시킨 것이지만 종교계에도 책임이 없다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종교는 종교 본연의 의무를 사회로 향하여 펼칠 때에, 그 도리 혹은 진리에 어긋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도 ‘표’를 위하여 종교계와 돈으로 거래하려는 정종유착의 악습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