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모든 교회들은 지금 대강절(待降節)을 맞이하고 있다. 11월 마지막 목요일 추수감사절을 지나고 나면 바로 대강절기로 접어들면서 아기 예수님이 오신 성탄절을 준비 한다. 크리스마스에는 누구나 Merry Christmas!라는 인사를 한다. 이 말은 비단 교회 안의 크리스천들 사이에서만 하는 인사말이 아니다. 성탄절에 길에서 만나는 누구에게나, 비록 그가 불신자라 하더라도 그런 인사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인사말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기독교 외에 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야 타 종교의 교주(?)생일에까지 구태여 그런 인사말을 하지 않는다 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런데 크리스천이면서도 정작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은 원해도 못하는 경우 말이다. 공직자는 공식 석상에서 이런 인사말을 해서는 안 된단다. 직전 대통령 부시가 어느 성탄절에 백악관 앞뜰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Merry Christmas라 하지 않고 Happy Holidays 라고 한 것이 기억에 생생하다.

수정헌법 제1조

누구보다 철저한 신앙인이며 보수주의자인 부시가 왜 Merry Christmas 대신, Happy Holidays라고 했을까, 그것은 바로 미국의 헌법 때문이다. 1791년 제정된 수정헌법 1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즉 “의회는 국교를 설립하거나 종교의 자유로운 실천을 금지하는, 그리고 의사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 또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회동할 수 있는 권리와 불만사항의 시정을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그 어떤 법도 만들 수 없다.” 여기 “미국은 국교를 설립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어떤 종교든 그 자유로운 실천을 금지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인류 역사 수 천 년 동안 문제가 되어 왔던 제정일치(祭政一致), 즉 국가와 종교가 하나라는 개념이 무너졌다. 과거 국왕은 국가의 수장일 뿐만 아니라 종교의 수장도 되었다. 교회사에 나오는 용어 중, cujus regio, eius religio라는 것이 있다. 내용은 “한 지역을 통치하는 통치자는, 그 주민의 종교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후 987년 러시아의 통치자였던 Vladimir 가 동방정통교회(희랍정교회)를 슬라브 민족, 즉 러시아의 국교로 선포하면서 러시아가 자연스럽게 러시아정교회로 정착한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국왕이 모든 국민의 종교를 결정하고 강요하던 시기는 지났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청교도 혁명이다. 영국 튜더 왕가의 풍운아 헨리 8세는 1534년 수장령을 공포하면서 모든 영국 국민은 성공회를 믿어야 한다고 선포하고 그에 따르지 않는 자에게 막대한 불이익을 가했다. 여기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 청교도들이고, 이들 중 일부가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인 미국에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종교의 자유

국가가 국민 개인의 신앙을 결정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국민 각인은 자기의 결정에 따라 각각 자기 신앙을 가질 수 있고, 또 그 종교의 규율에 따라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이 수정헌법 1조의 정신이다. 그러므로 미국에 국교가 존재할 수 없다. 대체로 미국은 기독교 국가라 말하지만, 그것은 기독교 인구가 많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지, 미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한 일도, 국민에게 강요한 일도 없다.

우리는 기독교가 미국에서 특별 취급을 받고, 또한 타 종교에 비해 우대 받기를 원하는 바는 아니다. 허나, 미국이 생성된 과정을 보면, 청교도들이 미국에 정착할 때,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예배하고 신앙하기 위해 미국에 와서 황무지를 개간하고 오늘의 미국을 이룬 것이지, 세계의 모든 종교들이 와서 무한의 자유를 누리면서 자기들 마음대로 살라고 한 것은 아니라고 여긴다. 예를 들면 왜 미국은 주일에 모든 직장, 학교, 관공서가 휴무를 하는가? 그것은 미국의 기독교 전통인 때문이다. 일찍이 로마제국에서 박해받던 기독교를 313년 합법적인 종교로 선포한 콘스탄틴 대제가 일요일을 공휴일로 선포한 것은 기독교도들의 자유스런 예배를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이 전통이 오늘에까지 이르렀고, 전혀 기독교 국가가 아닌 한국이나, 일본이나 공산주의 체제인 중국까지도 주일(일요일)을 공휴일로 정하여 쉬고 있다.

무슬림들의 성일은 금요일이고, 유태인의 안식일은 토요일이다. 그러면 왜 미국에 사는 무슬림들이 기독교의 휴일인 일요일 대신 금요일을 휴일로 해야 된다고 말하지 않는가? 만약 미국에 기독교인들보다 무슬림의 숫자가 더 많아지면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그런 공약을 하는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그렇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민주주의 국가는 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 다수가 주일 대신 금요일을 공휴일로 정하자고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가정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법이란 성문법만 있는 것이 아니고, 불문법, 관습법, 전통법이란 것도 있다. 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전통적으로, 관습적으로 오래 그렇게 해 왔으면 그것도 법이 된다.

되찾을 청교도 정신

기독교인이 아랍권 나라에 가서 산다면 당연히 금요일에 직장을 쉬어야 할 것이다. 그 나라의 종교가 그리고 문화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탄절에 Merry Christmas라는 인사말을 하는 것은 미국의 전통이요 관습이다. 그런데 공직자가 공식석상에서 그런 인사를 했다 해서 특정 종교를 지지하거나, 우대한다고 우기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공직자가 공직을 수행함에 있어서 특정 종교를 편파적으로 우대하고, 지지하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것은 물론 안 된다. 그러나 성탄절에 시청 앞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는 것도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미국의 전통과 문화를 무시하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사람은 미국의 전통과 관습을 존중해야 한다. 이 나라는 청교도 정신 즉 기독교 정신에 의해 세워진 나라이고, 하나님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세운 나라이다. 알라나, 붓다나 브라만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세운 나라가 아니라는 말이다.

청교도 정신은 점점 희미해지고, 알콜, 마약, 도박, 음란 등 더러운 세속 문화가 좀 먹어 들어가는 미국의 현실이 개탄스럽다. 건국의 조상들이 내세웠던 위대한 미국은 하나님을 믿고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며, 온 세계를 복음화 한다는 위대한 꿈이 있었다. 이런 이상과 꿈은 20세기 전반까지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그 기운은 날로 쇠해지고, 세속 문화가 그 세력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미국이 사는 길은 청교도 정신으로 돌아가 하나님 제일주의, 말씀 제일주의, 교회 제일주의로 돌아가는 길이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헌법은 얼마든지 개정할 수 있다. 헌법이 절대법은 아니다. 인간이 만든 법은 인간의 법일 뿐이다. 하나님의 법은 인간의 법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하나님의 법은 인간을 살리지만, 인간들이 만든 법은 인간을 살리지 못한다. 한껏 자유를 누리는 오늘 미국 국민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인가? 알콜, 마약, 도박, 음란의 문화가 미국인 개인과 가정, 사회, 나아가 미국을 더욱 옥죄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년 성탄절은 미국이 다시 하나님의 법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기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 기도해야겠다. 이것이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해야 할 당위 중 하나이다.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