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익 목사(왼쪽에서 두번째)가 정책토론회에서 김동권·길자연 양 후보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오는 21일 열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광선 목사, 이하 한기총) 제17대 대표회장 선거를 1주일여 앞두고 교계와 사회 전반의 이슈들을 놓고 후보 정책토론회를 14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중강당에서 개최했다.

김동권·길자연 목사(기호순) 등 양 후보는 같은 교단(예장합동) 출신답게 신학적·사회적 문제에 비슷한 입장을 피력했으나, 방법론에서는 다소 차이를 나타냈다. 패널로는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와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사회는 박종언 목사(예장합신 총무)가 맡았으며, 엄신형 선거관리위원장이 참관했다.

먼저 부산에서 개최되는 WCC 총회를 놓고 양 후보는 WCC의 다원주의나 혼합주의를 용납할 수는 없다면서도, WCC를 유치한 교단들이 한기총에 속해있는 만큼 총회 개최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질문은 양 후보의 소속 교단인 예장합동에서 WCC 반대를 강력히 천명한 데서 나왔다.

길자연 후보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연합은 가능하나 혼합은 불가능하다”며 “WCC의 신앙과 신학의 정체성은 이미 증명된 만큼 한국교회를 보호하고 올바른 신앙을 주입하기 위해 교육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김동권 후보는 “한기총이 WCC 총회 자체를 반대 또는 지지하는 등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며 “총회 자체를 방해하거나 행사에 오점을 남겨서 사회에 불신을 안겨주거나 세계 교회에 한국교회가 분쟁하는 인상을 보여주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단·사이비 규정을 놓고서는 한기총 이대위가 소속 교단과 상반된 판결을 내린다 해도 교단별 교리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억울하게 이단으로 규정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좌)기호 1번 김동권 후보 (우)기호 2번 길자연 후보. ⓒ이대웅 기자

김 후보는 “한기총 이대위가 심사숙고하고 충분히 조사해 규명한 이단성 관계는 제가 속한 교단 입장과 다를 게 없다”며 “대표회장이 될 경우 결코 보수적인 잣대로만 회원 교단을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길 후보는 “대표회장이 되면 이대위를 감시하는 기구를 둬서 억울하게 이단으로 규정되는 일을 살피고, 이단성 문제는 이단으로 규정한 교단 입장이 어떤지 한기총이 조치하는 여러 여과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예산 갈등, ‘봉은사 땅밟기’ 같은 타종교와의 관계를 놓고는 양 후보간 해법에 차이가 드러났다. 길 후보는 “대표회장이 되면 7대 종단협의회 대표자 모임을 즉각 가져 기독교 입장을 천명하는 동시에 불교에 부탁하고, 기독교 윤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며, 타종교를 대하는 자세를 책자로 만들어 배포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불교가 지나치게 이해관계를 따져 기독교가 위축된 상황에서 7대종단협의회를 통한 해결보다는 교회와 성도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학법과 역사교과서 문제, 재개발지역 임대교회와 종교편향 문제 등 대정부 관계와 정책에 대해서도 각자 견해를 밝혔다. 김 후보는 “이 사안들은 한기총이 사활을 걸고 관철시켜야 할 문제들”이라며 “교과서는 반드시 고쳐야 하고, 협의할 사안들도 있지만 기독교 자체가 훼손되고 혼란을 겪게 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길 후보는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해결책은 한기총에서 더 적극적으로 일하는 것”이라며 “당선되면 다양한 문제들을 컨트롤할 기관을 만들어 전문가들을 초빙하고 해결 방향을 수립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천안함·연평도 등 잇따라 도발하고 있는 북한 관련 문제에 대해 길 후보는 “28년간 기독교북한선교회 총재를 맡아 북한 내부 실정과 복음 전파방법을 잘 알고 있다”며 “굶주린 동포들을 지원하는 일은 정권이 아닌 생존 차원에서 해야 하는데, 대표회장이 된다면 그 창구를 일원화해 적극적으로 굶주린 이들을 돕고 복음을 실어나르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한기총은 안보가 우선시되는 상황에서도 병든 자를 고치고 굶주린 자를 먹인다는 의미에서 후퇴하거나 변화해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그저 돕는 일은 북한 체제 유지나 김정일 일당에 도움이 될 뿐이므로 실제적인 도움이 되도록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있을 국회의원 및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는 김 후보가 “한기총은 어느 후보와 밀착돼 추종하는 일은 안 되고, 성도들에게 주권을 잘 행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길 후보는 “기독교인 국회의원들을 국회에 선교사로 파송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타종교에 혜택을 주는 기독교인들을 자성하게 만들겠다”는 의견을 각각 밝혔다.

마지막으로 양 후보는 출마의 변을 내놓았다. 길자연 후보는 “(2년간 대표회장을 역임한) 제가 이번에 대표회장이 되려는 것은 노욕도 아니고 과욕도 아니다”며 “제게 남은 마지막 열정으로 흔들리는 한기총을 바로 세워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출마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권 후보는 “제가 (한기총 선거에서) 두 번 낙선한 것을 비아냥거리시는 분들이 있지만 저는 단 한 번만이라도 희생적이고 겸손하게 힘있는 한기총을 이끌 봉사자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길자연 목사님은 할 일을 많이 하셨으니 상 많이 받으실 줄 알고 제가 일할 수 있도록 밀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책토론회에서는 반기독교 관련 문제, 대사회적 이미지 개선, 기독교 문화유산 관리, 대표회장 후보 자격에 대한 법정 질의 타당성 등을 놓고 2시간여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