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에 오렌지 나무 한 그루가 반듯하게 서있습니다. 고맙게도 누군가가 심어놓은 오렌지 나무에서 우리는 일 년에 두 차례씩 꼬박꼬박 오렌지 열매를 따 먹습니다. 너무 많이 열려서 우리도 먹고 이웃에게도 나누어주지만 그래도 땅 위에서 떨어진 열매들을 보면 수고한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냥 놓아두면 왕성한 성장력 때문에 이웃집 담장을 넘어가기 때문에 이른 봄철이면 좀 안쓰럽다싶을 정도로 매섭게 가지를 쳐줍니다. 그래도 가을이면 영락없이 다시 초록색 숲을 이루고 샛노란 오렌지들을 키워 냅니다. 오렌지 꽃향기가 아직도 코끝에 남아 있는데 벌써 열매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제 아내가 나무 심기를 좋아해서 좁은 뒤뜰에 네 종류의 과일 나무들이 있습니다. 아보카도 나무와 감나무, 얼마 전에 집사님이 심어주신 어린 매실나무, 그리고 가장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오렌지나무입니다. 감나무는 가지가 아프도록 많은 열매를 맺더니 이제는 나무 꼭대기에서부터 단풍이 흘러내립니다. 감나무는 그 잎이 피어날 때도 예쁘고 잎이 질 때도 예쁩니다. 붉은 감나무 잎들과 샛노란 오렌지 열매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라 하시니 그대로 되어 땅이 풀과 각기 종류대로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창세기 1:11-12)

과일나무 한 그루만 보아도 하나님의 창조명령이 여전히 유효함을 알게 됩니다. 모든 피조물들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목적을 따라 여전히 그리고 제각기 풍성한 열매들을 맺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가 지으신 아름다운 세계를 보시면서 지금도 좋아하고 계실 것입니다.

2010년 한 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새천년이라고 떠들썩했던 때도 벌써 10년이 지나갔습니다. 새해를 위하여 새로운 꿈을 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은 시간을 최대한으로 사용하여 좋은 열매를 맺는 것도 중요합니다. 성령님께 도우심을 구하십시다. 중간에 포기했던 일들을 다시 시작하고 끝낼 수 있다면 여간 축복이 아닐 것입니다. 어떤 일도 너무 늦은 법이 없습니다. 어떤 일도 대수롭지 않는 일이 없습니다. 12월의 추운 겨울 날씨에 노랗게 익어가는 오렌지들을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들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