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기준 미국의 총 빚은 13조 5600억 달러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침체를 겪으면서 늘고 있는 재정적자로 미국의 빚은 눈덩이처럼 커가고 있다.

2010년 회계연도 기준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 2천억 달러다. 2조 4천억 달러의 세금을 거둬들이고 3조 6천억 달러를 지출했기 때문이다. 2009년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 4천억 달러로 1945년 이후 최대였다.

세수입과 지출이 이 상태로 계속되면 향후 10년 간 재정적자는 매년 평균 1조 달러씩 늘어 2015년이면 총 빚이 20조 달러가 되고 2020년이면 총 빚이 미국 GDP의 100%가 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재정적자는 경기침체 후 수천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지출증가와 10% 미만의 고실업률로 인한 세수 감소로 대폭 증가하며 큰 우려와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일 미국의 심각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4월 행정명령으로 구성한 초당적인 ‘국가 재정책임 및 개혁위원회’가 작성한 것이다.

민주당 9명, 공화당 8명, 무소속 1명 등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지난 8개월 간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써왔고 이날 그 결과를 발표했다.

골자는 지출삭감과 세수증가를 통해 향후 10년 간 4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이고 총 빚은 25년 뒤 GDP의 40%까지 줄인다는 것이다.

현재 연방정부의 재정지출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메디케어(노인 의료서비스)-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서비스)-소셜시큐리티(은퇴연금) 등 사회보장프로그램으로 전체 지출의 40%다.

다음으로 국방예산 20%, 교육*환경보호*외교*과학 등 비국방 재량지출항목 20%,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 지불 6%, 나머지 14%는 실업수당과 식료품 보조금 등 사회안전망 지출이다.

보고서는 지출삭감을 위해 은퇴연금인 소셜시큐리티 수혜연령을 69세로 올리고 사회보장프로그램과 국방비에 대한 지출 감소를 제안했다. 세수증가를 위해서는 주택융자 이자에 대한 세금공제 혜택 제한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세금을 1조 달러 더 걷어들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사회보장프로그램과 정부지출을 중시하는 민주당과 국방과 세금감소를 강조하는 공화당 그리고 관련 이익단체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보고서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호의적이다.

지난 3일 이 보고서 채택여부를 묻는 위원회 자체 표결에서 18명의 위원 중 11명이 찬성했다. 연방의회에 이 보고서 채택 여부를 표결에 부칠 수 있는 14명의 찬성은 아니었지만 전체 위원의 60%가 찬성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찬성한 11명이 민주당 5명, 공화당 5명, 무소속 1명이어서 오바마 행정부 취임 후 보기드문 초당적 합의라고 평가받고 있다.

미 상원은 이 보고서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14명의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서 이 보고서 내용을 적극 반영하라고 촉구했고 공화당 상원 대표인 미치 멕코넬 상원의원도 이 보고서의 내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위원회 위원 중 한명인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원(하원 예산위 선임의원)은 이 보고서가 2014년부터 발효되는 건강보험개혁으로 인한 정부지출 문제를 다루지 않아 반대표를 던졌지만 내년 2월 연방예산을 다룰 때 이 보고서 내용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 역시 내년 2월 연방예산을 준비하면서 보고서 내용을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국가 재정책임 및 개혁위원회’는 출범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만든 허상이라는 것이 민주, 공화 양당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은 연방재정적자 감소를 위한 보고서가 호의적 반응을 받는 것은 미국 정치계의 관심이 특히, 중간선거 후 재정적자감소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에 집중되어 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월 중간선거 승리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연방정부 지출삭감, 재정적자 감소 및 일자리 창출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역시 지난 11월 30일 190만명의 연방공무원의 임금을 2년 간 동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이 조치가 발효되면 2년 간 연방정부는 50억 달러의 인건비를 절약하고 향후 5년 간 280억 달러의 인건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연방정부가 공무원에 대한 임금을 동결한 것은 1986년에 한차례 있었는데 이 조치는 오바마 행정부가 공화당이 장악한 차기 의회와 함께 일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보고서의 지적처럼 장차 미국의 아이들 및 손자들의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이 공감된 것도 이 보고서가 호응을 얻는 이유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서문에서 “미국이 파산하면 위대할 수 없다”며 “빚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자녀와 손자들은 가난하고 약한 나라에서 살게 될 것”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베이비 붐(Baby boom) 세대가 은퇴하고 이에 따른 사회보장비 지출이 늘면 수입보다 지출이 계속 증가할 것이고 그러면 정부는 계속 돈을 빌려와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2025년이 되면 세수는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비,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소셜시큐리티 등에 쓰고 나머지 국방, 운송, 에너지 등에 대한 지출은 빌린 돈으로 해야 하는데 미국의 외국채권자들 중 중국은 미국과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는 나라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전체 부채의 약 25%을 외국에 지고 있는데 2010년 7월 기준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으로 총 8,46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일본($8,210억), 영국($3,740억) 중동산유국($2,230억) 순이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이 이런 호응을 너머 실제 정책으로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계속되는 경제침체로 추가 정부지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고 가장 큰 지출항목인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소셜시큐리티의 지출삭감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보고서 발표와 정부지출 삭감, 재정적자 감소를 기치로 삼은 공화당의 하원 장악으로 이 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어스킨 보울수 전 클린턴대통령 비서실장의 말처럼 워싱턴에서 재정적자 문제를 회피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점이다.

기사=케이아메리칸 포스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