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실한 남자’ 톰 데이비스. 고아들을 돌봐 왔지만, 끔찍한 죄 가운데 신음하기도 했다.
‘크리스천’으로서 살아야 할 ‘삶’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이 실제로는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신앙인에게 최고의 찬사 중 하나인 ‘신실(信實)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두 가지 ‘삶’의 차이를 ‘포장’으로 메꾸고 있다. 포장의 이유마저 “모든 이들에게 크리스천이라 알려진 우리 ‘그리스도의 편지’들이 하나님 얼굴에 먹칠해서 되겠느냐”고 ‘포장’한 채.

<신실한 여자의 숨기고 싶은 비밀>, <신실한 남자의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상 포이에마)>이 다루는 것들은 우리의 ‘은혜로운’ 얼굴 뒤에 가려진 ‘은혜롭지 못한’ 모습이다. 그것이 나의 잘못이든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 때문이든, 구원받은 후 삶이 180도 달라졌다는 수많은 간증들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꺼내놓는다.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포장’을 풀어헤치고, 좀 난처해지더라도 나조차 보기 싫은 나의 모습을 그대로 꺼내놓아야 한다. 사실 이런 말도 교회에서든, 가정에서든 수없이 들었지만. 어차피, 어떻게 포장하든 하나님은 우리의 전부를 알고 계시다. 그리고 진부하겠지만 예수님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이제 가면을 벗어던진, 아니 우리들과 별다를 바 없는 이들 신실한 남녀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됐다.

“코카인·사기·감옥살이, 너저분한 얘기를 왜 글로 옮기려…”


<신실한 남자들의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의 저자는 고아들을 돕는 한 국제기구 대표인 톰 데이비스(Tom Davis)다.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해 입양아 포함 6명의 아이를 키우며 모범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고, 동유럽·아프리카 고아들을 돌보고 있으며, 유명 기업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개발 컨설팅도 하고 있는 그야말로 ‘신실한’ 크리스천.

하지만 그는 책에서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들을 낱낱이 공개한다. 저자 소개부터 위의 ‘신실한’ 내용 뒤에는 곧바로 가면 안에 있는 저자 소개가 이어진다. “수없이 많은 여성과 잠자리를 했고, 코카인을 흡입했으며, 남의 지갑에서 현금을 빼돌렸고, 감옥살이를 했다. 놀라운 건 이것들이 모두 그리스도를 믿은 후에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다.”

그는 실제로 자신의 젊은 날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마치 무슨 영화의 한 장면처럼 코카인 흡입, 사기, 그리고 수렁에서 빠져나왔지만 결국 가게 된 감옥까지…. 그의 친구들은 “너저분한 얘기를 글로 옮겨서 세상에 드러내는 까닭을 모르겠다”고 했지만, 그는 단호하다. “더 이상 거짓말하지 않기로 작정했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삶의 진실을 털어놓는 작업은, 거짓을 쫓아내는 데 아주 효과적인 도구다.

대다수 크리스천은 예수 믿은 후 삶이 180도 달라졌다는 얘기에 익숙하다. 그리스도를 영접한 뒤에는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백 퍼센트 순결한 삶을 사는 게 마땅하다고 여기고 자신도 그런 척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저자는 “훌륭한 크리스천 남성도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짓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브라함은 거짓말쟁이였고, 요나는 사명을 내팽개치고 달아났다. 다윗은 유부녀와 불륜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남편을 살해하라고 지시했다. 이렇듯 잘못을 저지르면 가장 먼저는 핑계거리를 찾고 남의 탓을 하며 책임을 축소하려 한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 활기찬 삶을 살 기회를 모조리 놓친다. 그러나 적어도 선량한 크리스천 남성이라면 고통을 무릅쓰고 자기 행동에 책임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저자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크리스천’의 탈을 쓰고 있는 한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여지는 거의 없지만, 아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만 하면 엄청난 역사를 이루실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남자의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로 저자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싸움’ 성적인 죄, ‘삶 구석구석에 스며든’ 교만,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를 향한 끝없는’ 욕망,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의 흔적, ‘파멸의 덫’ 중독, ‘두려움에 휩싸여’ 꽁꽁 숨겨둔 감정들, ‘치미는 분노로 말미암은’ 학대 행위, 해묵은 좌절감과의 ‘지루한 싸움’ 등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얼음장 같은 겨울바람에 신음하는 여자의 영혼


▲저자 태미 몰트비. 그녀는 톰 데이비스에게 <신실한 남자의…>에 대해 써줄 것을 부탁한 기획자이기도 하다.
<신실한 여자의 숨기고 싶은 비밀>도 저자 자신의 고백을 실마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혼의 겨울’을 보내고 있던 그 시절,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자살하고픈 사람을 순서대로 세운다면 누가 봐도 나는 맨 꼴찌였다. 내가 생각해도 그랬다. 그럴 위인이 전혀 못 됐다. 늘 즐겁고 명랑하고 낙관적인 여자였다. 자라면서 점점 씩씩하고 쾌활해진 여성으로, 하나님과 가족을 사랑했다. 남들이 겪는 만큼 상실과 실망을 맛보기도 했지만 잘 이겨냈다. 독립적이었고, 나 자신에게 만족했으며,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지독한 추운 1월 어느 날 밤, 그녀는 차고에서 운전석에 앉아 차 안이 배기가스로 가득 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미 몰트비는 “타락한 이 세상에서, 고통과 스트레스에서 예외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고백한다. 크리스천 여성들이 풍성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도록 돕는 상담가이자 열정 넘치는 인기 강사 및 작가였지만, 그녀의 영혼은 얼음장 같은 겨울바람에 신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하나님은 기적처럼 개입하셔서 친구를 통해 벼랑 끝에 서 있던 그녀를 끌어당기셨다. 이같은 이야기가 자살 이외에 성적인 상처 ‘그 어두운 비밀’, 가정 폭력으로 인한 ‘외로움’, 이혼이 남긴 ‘깊은 고통’, 중독이라는 ‘위험한 덫’, 정신적 질병으로 인한 ‘수치’, 끝없는 노력에 ‘구속’당한 여성, 만성적 절망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 등을 놓고도 펼쳐진다.

남녀 모두 상처와 죄로 고통당하고 이를 이겨내는 비슷한 이야기 속에서도 남자의 경우 주로 이를 바깥으로 표출하다, 여자의 경우 더욱 내면으로 파고들다 더 심한 상처와 죄를 짓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리고, 두 책 모두 초점은 ‘은혜’에 맞춰진다. 훌륭한 크리스천인 남성, 여성들에게도 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크리스천으로서 당연히 책임감 있는 삶을 살며 생명을 지키고, 참고 견디며 경주를 끝마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결국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에서 비롯된다. 그 은혜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지저분한 비밀을 정리하고 바꾸실 수 있다는 사실을 믿는 데서 시작된다.

구원받은 후 180도로 달라지지 않는 것은, 구원받을 당시에만 그리스도를 의지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가 포장과 가면으로 숨기면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감출 수 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의 실체를 이미 정확히 꿰뚫고 계시면서도 여전히 사랑해 주신다. 그게 바로 ‘은혜’이고, 우리와 다른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