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성공회 분열을 막고자 마련된 ‘성공회 언약(Anglican Covenant)’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수 주교들이 표명하고 나왔다. 성공회 언약은 2003년 미국 성공회의 동성애자 주교 임명과 동성혼 축복 허용 결정으로 촉발된 세계 성공회 내 갈등이 교단 분열의 위기로 치닫자 2004년 제안된 것으로 아직까지도 도입 여부가 토론 가운데 있다.

성공회 언약은 세계 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가 지지하고 있으며, 세계 성공회 본산인 영국 성공회 시노드(최고 결정 기구, 총회 개념)에서도 대부분 주교들에 의해 긍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교구를 비롯한 일부 교구의 동성애 허용 분위기와 그 외 성공회 내 자유주의화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 온 보수 주교들의 모임인 GAFCON(Global Anglican Future Conference)은 최근 성명을 내고, 성공회 언약을 지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2008년 결성된 GAFCON은 실질적인 성공회 신자인 5천5백만 명 가운데 3천만 명을 대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GAFCON 지도자들은 이 성명에서 “우리의 분열을 치유하려는 성공회 언약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 언약은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며 분열을 일으키는 요인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 노력이 없이는 언약이 무의미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이들은 “이러한 언약에 대한 지지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서아프리카, 북미, 르완다,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우간다, 케냐 대주교들이 서명했다. 이들은 또한 내년 아일랜드에서 개최되는 세계 성공회 대주교 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그들만의 모임을 가질 것이라고 계획을 밝히기도 해, 세계 성공회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윌리엄스 대주교에 따르면 성공회 언약은 교단 헌법이나 형법으로서 도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자들은 이 언약이 성공회 가족의 연합에 반대되게 행동하는 교구들을 다루는 절차를 형식화한다는 점에서 처벌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언약을 찬성하는 이들 가운데서도 우려로 제기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마이클 퍼햄 글로스터 주교는 “비록 찬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일부 성공회 교구들에 처벌의 도구로 작용하는 것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반대자인 존 삭스비 링컨 주교는 “언약은 자유로운 신앙보다는 공장에서 제조된 듯한 종교를 성공회 안에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공회 언약은 세계 성공회 내 38개 교구의 찬성 없이는 통과될 수 없으며, 2012년 교구별 검토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영국 성공회 시노드에서 투표에 부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