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 내일 군대 가요!”
“그래, 건강하게 잘 다녀와라!”
“엄마, 왜 그렇게 우세요? 전쟁터에 가는 것도 아닌데….”
“그러게 말이다.”
“엄마 마음이 많이 허전할 것 같아요.”
“그래, 누나도 시집 가버렸고, 너도 군대 가버리면 집도 허전하고, 엄마 마음도 허전할 것 같구나”
“엄마! 아빠하고 두 분이서 신혼처럼 지내셔야지요.”

모든 가족과 가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 변화 가운데 대부분은 명백한 형태를 띠게 되는데, 즉 남녀가 만나서 부부가 되면 가정이 형성된다. 그리고 자녀가 출생하고, 자녀가 성장하면서 학교에 들어가고, 부모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학부모의 생활을 하게 된다. 또 아들은 군대에 가고, 자녀들은 그들 자신의 가정을 형성하기 위해서 결혼하여 집을 떠나게 된다. 또는 가족 가운데 세상을 떠나는 이가 생기기까지 많은 변화들이 일어난다.

가족은 가정이라는 둥지에서 영원히 흩어지지 않고 함께 모여 살 것처럼 생각했지만 가족 구성원이 하나씩 떠나 버리면 결국 빈둥지(empty nest)만 남게 된다. 빈 둥지 현상은 남은 가족에게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어느 가정에서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가족은 이렇게 결합, 성장, 확장 그리고 축소의 과정을 겪게 된다.

만일 조기 유학을 떠나 보내는 자녀가 있을 때 빈 둥지는 다른 가정에서보다 더 일찍 경험하게 될 것이다. 대개 아들의 경우에는 군에 입대할 때, 딸의 경우에는 결혼하여 출가할 때 부모는 빈 둥지를 경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녀가 성장하면 불과 몇 년 사이에 20여 년 동안 함께 지내던 아들은 군에 가고, 딸은 결혼하여 가족이 없어지는 허전함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최초의 가정을 이루던 부부만 다시 남게 된다. 이처럼 자녀들이 떠나가 버려 빈 둥지가 되는 것은 예측이 가능하고, 정상적인 것이므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빈 둥지의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런 면에서 빈 둥지는 하나의 위기인 것은 틀림없지만 극복이 가능한 위기에 속한다.

중년기에 있는 부부 가운데 적지 않은 부부들은 빈 둥지가 된 부부 관계의 구조를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이들도 많다. 어느새 중년이 된 부부는 그동안 부부의 삶은 없었고 자녀를 위해서만 살았던 것을 빈 둥지가 됨으로써 발견하고 당황하게 된다. 이런 부부는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매우 어색할 수도 있다. 자녀가 부부 의사소통의 통로였고, 화두였고, 전부였던 가정의 충격은 더 클 것이다. 정돈된 자녀의 침실에 들어가 보고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즐거워하는 것이 아니라, 상실감을 경험하고 우울해하는 부부도 있다.

부모에게 매일매일 걱정거리를 주었던 자녀들이지만 이제 집에 없음으로 인해서 홀가분하고 부담을 벗었다는 생각도 잠시일 뿐, 허전함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

또한 새롭게 형성된 부부 관계에 익숙하지 않은 부부에게서는 부부싸움이 늘 수도 있다. 아내는 짜증이 심해질 수 있고, 남편은 밖으로 겉도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빈 둥지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새로운 국면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부부간에 서로 내면을 드러내는 진솔한 대화의 훈련이 평소에 잘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남편 혼자서 취미생활을 했던 것이 있으면 아내로 하여금 취미생활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부부가 함께 갈 수 있는 곳 등을 만들어 삶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부는 빈 둥지에 익숙해지고, 새로운 부부 관계를 형성하고 적응하게 된다. 부부가 둘만의 시간을 갖기에 익숙해지고, 집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극히 편안한 자세를 갖게 되며, 다시 신혼 때처럼 에덴동산 같은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전요섭 목사, 황미선 사모(한국가정상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