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받은 은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남성독점적인 의식과 교회구조에 실망한 여성들의 증가가 교회의 쇠퇴를 가속화시킨다.”

한국교회에는 여성신도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기장 교단 소속 여교역자들조차 열악한 목회현장 가운데 놓여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장 여교역자협의회(회장 박영주 목사) 주최로 지난 6일 종로 초동교회서 ‘기장 여교역자 현실과 미래의 전망’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서 김애영 교수(한신대 신학과)가 기장 여교역자 실태조사 결과보고 및 분석을 중심으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대다수의 여교역자들은 상당한 목회만족도와 헌신에도 불구하고 저급한 여성목회에 대한 인식, 경제적 어려움, 목회현장의 열악함, 생존을 위협하는 은퇴 후 노후대책의 미비 등 많은 난관 속에서 사역에 힘쓰고 있음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108명의 응답자 가운데 여목사 8.1%, 여준목 47.5%, 여전도사 53.1%를 차지해 전도사라는 지위에서만 여성들이 남성을 능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여교역자들의 목회연한은 11년-30년간의 목회연한을 가진 교역자가 62.2%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으며, 31년 이상의 목회 경력자들도 5.8%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성을 담임목사로 청빙하는 교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우리 교단이 여성안수를 허용한 지 수십 년이 경과했음에도 현재의 여신학도들과 여 목후생들이 안수받은 목회자로 성장하기까지 개교회들, 소속노회들, 교단으로부터 배려와 격려보다 오히려 부당한 대우들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매우 고조되는 현실을 볼 때 이는 매우 심각한 퇴행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교역자들 가운데에는 법률이 정한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사례비를 받는 이들도 응답자의 70%에 달했다. 50만원-99만원 수령자가 30%, 100만원-149만원 수령자는 25%에 달했으며, 15%의 여교역자들은 놀랍게도 50만원 미만의 월 급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월 50만원 이하를 받는다는 사실은 월급이라고 말할 수 없는 ‘무임봉사’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응답자의 56%가 결혼상태의 여교역자들이었으나, 52.7%는 생활고와 자녀양육 문제를 목회현장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호소했다”면서 “이는 남편의 도움이란 사실상 미약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교역자들은 부교역자들 경우 심방(50%)과 교육(38%)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67%는 일주일 평균 30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었다. 기관목회자들 경우 47%가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했으며, 대부분 아동 청소년 복지 분야(40%)와 여성복지 분야(30%), 노인복지 분야(10%)에 종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사실상 여기에 나타난 모든 사회복지 분야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좋게 말하면 돌봄이요, 거칠게 말하면 허드레일로 일컫는 영역 혹은 분야들을 마치 여성들의 고유한 업무 혹은 영역으로 간주하는 오랜 관행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교역자들은 여성목회 활성화를 위한 지원방안에 대한 질문에 대해 여성할당제, 여성정책관련기구 배치 등 여성목회 인식개선을 위한 정책마련과 활동지원(63%)이 가장 시급하다고 답변했다. 그에 비해 목회자에 대한 최저임금제와 지원은 21.8%에 머물러 여성목회 지원 교단정책이 시급한 상황임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진보를 표방하는 우리 교단이 여성정책이나 제도에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해도, 늘 새로운 관점에서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