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신학의 필요성

신앙생활을 잘 하기 위하여 조직신학을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면, 신앙생활하는 사람이 믿음으로 살면 되는 것이지 그렇게 어려운 공부가 왜 필요한가? 라고 반발 할 수도 있다. 신앙은 지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수록 이런 말이 귀에 거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사람일지라도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공부해야 한다고 하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하나님 말씀이 없이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 그것이 하나의 신앙생활 일 수는 있겠으나 반드시 성경이 말하는 기독교적 신앙생활을 말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방대한 책이다. 한 권의 책으로 묶여있지만, 낱 권으로는 예순 여섯 권의 책들로서 하나님, 천사, 사람과 만물 사이에 일어나는 각양 다양한 주제들을 산발적으로 이 책 저 책 여기 저기에서 다루고 있다. 책 마다 강조점이 다르고, 다루고 있는 주제도 다양하지만, 책 전체를 놓고 볼 때 연결되어 있지 않는 것은 없고, 하나님을 바르게 알고, 믿고, 사는 일과 연관되어 있지 않는 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을 공부한다고 할 때, 어느 누구도 그 많은 내용을 일시에 다 터득할 수는 없다. 또 성경을 여기 저기 공부한다고 해서, 성경에 담겨 있는 그 모든 지식이 저절로 모아지고 체계적으로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성경에 담겨 있는 방대한 하나님의 말씀들을 인내심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의도적으로 기억하고 마음에 담아 둘 수 있어야 건전한 신앙생활을 위한 든든한 기초가 된다.

사람들도 종종 나무를 보면서 숲을 보지 못하거나, 숲을 보면서 나무를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말을 한다. 건전한 신앙생활을 하려고 하면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는 데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믿을 때, 성경의 어느 한 부분을 붙잡고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의 전체처럼 해서도 안되지만, 반대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두리뭉실한 말로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진리의 내용 하나 하나를 깊이 있게 이해 하려고 하는 노력 없이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것 때문에 조직신학이 필요하다. 조직신학이 하나님의 말씀을 성경의 관점에서 체계화 하는 학문이라고 말할 때에는 바로 이 나무와 숲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있게 연구한다는 뜻이다.

성경에 나타나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체계적으로 잘 배우고 터득해야 하나님께서 의도하신대로 진리의 말씀을 바탕으로 하는 건전한 믿음생활을 할 수 있는 영적 분별력을 갖추게 된다. 영적 분별력을 갖추어야 된다고 하는 말은 사람들이 신앙생활을 한다고 말 할 때, 그 “신앙생활”이라는 것이 다 같은 동질의 신앙생활이 아니라는 뜻이다. 표면적으로는 다 같은 하나님을 말하며, 예수를 말하고, 다 같은 성령을 말하며, 다 같은 복음을 말하는 것 같지만, 이면적으로는 다른 하나님, 다른 예수, 다른 성령, 다른 복음을 말하면서 하나님의 택하신 자라도 넘어 뜨리려고 하는 악한 영들의 역사도 있기 때문이다 (신 13:1-5, 요일 5:21, 고전 11:4, 마 24:24). “사람의 궤휼과 간사한 유혹에 빠져 모든 교훈의 풍조에 밀려 요동치지 않는 (엡 4:14)” 견고한 믿음생활을 하기 위해서도 조직신학은 필요하다.

하나님께서 호세아 선지자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을 책망하실 때 “내 백성이 지식이 없으므로 망하는도다 네가 지식을 버렸으니 나도 너를 버려 내 제사장이 되지 못하게 할 것이요 네가 네 하나님의 율법을 잊었으니 나도 네 자녀들을 잊어버리리라” (호 4:6) 고 하셨다. 그래서 호세아 선지자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호소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여호와를 알자 힘써 여호와를 알자” (호 6:3). 하나님을 믿는다고 주장하는 신자들이 바른 신앙생활을 하려고 하면,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알아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알아야 하나님을 바로 알 수 있다. 하나님을 바로 알아야 신령과 진정으로 하나님을 바르게 예배하며,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그리스도 중심의 건전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 이런 뜻에서 조직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알기를 원하고, 하나님을 힘써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는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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