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씩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저마다 조금씩은 전문성을 가지게 된다. 대개 처음에는 LP판으로 릴테이프로 다음에는 카셑 테이프로 CD로 다음에는 LCD와 LPD로 이제는 컴퓨터로 다운받아 USB에 저장해서 그들만의 음악의 지경을 넓혀간다.

요즘은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가는 것이 대세이니 21세기를 사는 덕을 단단히 보는 것이다. 요즘 나는 뉴욕필하모닉의 전설적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이 카네기홀에서 가졌던 청소년 음악회 시리즈를 통하여 그의 폭넓은 음악세계를 즐기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지휘자 중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첫 지휘자였다. 그는 마에스트로였을 뿐아니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캔디드, 원더풀 타운 그리고 온 더 타운 같은 대중적 뮤지컬작품을 쓰기도 했으며 또한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1954년부터 1989년 사이에 청소년을 위한 콘서트 시리즈는 고전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한 획기적인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평생 좌파였지만 그의 음악철학은 사람을 사랑함에 있다고 보여진다. 음악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음악인 까닭에 그의 해설은 언제나 친절하고 고답적이지 않아서 친근하다. 뿐아니라 그의 지휘는 문자 그대로 음악을 이끌어 가는 명솜씨 라는 것을 초보라도 알 수 있다. 또한 그의 지휘는 박력과 세밀함이 유모어로 버무려진 것이어서 듣고 보는 이로 하여금 전혀 위화감을 주지않는다.

그의 위트가 넘치는 음악해설을 듣고 자란 아이들이 벌써 이순의 나이가 되었을 것이다. 비록 오래전에 녹화된 것이어서 디지털시대에는 못 미치는 흑백필름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무대실황을 그대로 잡아내는데는 아나로그만 한것이 없지 않는가 싶게 현장감이 살아있다.

그의 단원들은 한결같이 중년의 남자들 뿐이다. 불과 반세기전의 교향악단의 구성이 이토록 남성위주였다는 것에 놀랍지만 각 파트의 전문성은 가히 달인의 경지에 있음을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알게된다. 해설과 실연(實演)을 반복하여 보여주므로서 하모니를 이루기전에 현과 관과 타악기의 어우러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를 알 수 있게 해주니 나와 같은 애호가에게는 클래씩 교과서와 같은 연주회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마에스토로 정명훈도 번스타인을 닮아 부산 한 고아원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지대한 후원자일 뿐아니라 그의 아들은 아예 이 악단의 상임지휘자이다. 내가 번스타인이나 정명훈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한참 자라는 청소년들의 정서함양과 전인적인 인격형성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