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시간이 지난 행사지만, 산호세지역에서 암환우회 주최로 한국의 유명한 치유사역자를 초청한 치유집회에서 기억이 남는 장면이 있었다. 그 집회는 인도자의 카리스마보다 오히려 참석한 사람에게서 더 열정이 느껴졌던 집회였다.

집회장소를 빌려준 교회측에서 공식적인 집계로도 이전에 어떤 행사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마지막 날 저녁집회는 간이의자를 설치해도 부족할 정도였고 심지어, 인도자 뒤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강단위로 올라가 앉아서 들었다.

그런데, 정말 놀라게 만든 건 집회참석 인원수가 아닌, 설교자를 듣는 참석한 사람들의 간절하면서도 진지한 자세였다. 산호세 지역 교회에서 설교자의 말에 크게 '아멘'을 외치는 교회는 많지 않은데, 그날만큼은 연이어 감격하며 아멘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앞에 나와서 자신부터 간증을 하겠다는 사람들 때문에 간증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서야 했다.

무엇이 이토록 열광적이게 만들었을까? 산호세 지역에 이렇게 많은 병자가 있었나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육신의 병을 가진 병자들이었다는 것이다. 병자가 아니면, 병자를 돌보는 가족들이었다.

치유집회라서 휠체어 탄 사람도 상당히 많이 보였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 수십 년 이상 불치병으로 고생했던 사람들에겐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다는 심정으로 종교를 불문하고 찾아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여느 부흥집회보다 뜨거웠다. 참석한 사람들의 불치병을 낫고 싶다는 갈망 때문이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육신의 병을 치료받기 위해 저렇게 먼 길까지 찾아오는데, 영적인 문제를 고치고 싶다는 사람의 열정은 과연 얼마나 클지 문득 의문이 생겼다.

지금까지 북가주에서 수없이 많은 집회를 다녀왔지만, 열정적으로 아멘을 외치고 은혜를 갈구하는 광경이 왜 저렇게 처음 본 것처럼 낯설게 느껴진 것일까. 육신의 병을 치유받고 싶은 사람들의 간절함과 진지함의 무게에 비해 오히려 영적인 회복을 외치는 소리가 가벼워 보이는 것은 기자만의 느낌인가.

눈에 보이는 병에 대해서는 저토록 관심을 가지는데, 이 세대는 과연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영적인 문제를 치유받으려고 할 때는, 정말 저만큼의 뜨거운 소원과 회복하고 싶은 갈망이 있었을까.

영적인 갈급함은 약해지고, 마음은 냉랭하고 차가워지는, 말씀에 대한 사랑이 희미해지는, 신앙생활에서 회개와 애통함이 상실되가며, 거룩한 근심은 사라져가는 요즈음 세대. 어쩌면 이들은 이날 찾아온 사람들보다 더 심각한 병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