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아동 성범죄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지난 2005년 이후 아동 성범죄가 계속 증가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아동 성범죄 비율은 아동 인구 10만명당 지난 2005년 10.0건에서 2008년 16.9건으로 4년만에 69%가 증가하면서 큰 폭의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에 반해 미국은 10만명당 57.7건에서 59.4건으로 소폭 증가(2.9%)하는 데 그쳤고, 일본은 29.2%, 독일은 9.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발생 건수는 2005년 785건에서 해마다 961건(2006년), 1081건(2007년), 1194건(2008년)으로 증가했다.

청소년 성범죄는 더 심각하다. 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 발생 비율의 전체 인구 10만명당 발생 비율은 2008년 기준 8.6%로, 같은 기간 미국(6.2%)과 영국(5.1%), 독일(1.0%)과 일본(2.7%)을 압도한다. 청소년 인구 10만명당 청소년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도 2008년 79.4건으로 영국(140.7건)과 미국(88.0건) 다음으로 많다. 지난 4년간 아동·청소년 성폭력 발생 건수는 한국과 미국만 증가 추세에 있다.

이같은 수치는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국내외 아동 성범죄 특성 분석 및 아동 보호체계 연구’ 결과에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5개국을 비교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아동 인구대비 성폭력범죄 발생 비율은 독일·영국·미국·한국·일본 순이었다. 가해자는 각국에서 대부분 남자로 나타났고, 범행 당시 음주 상태였던 경우는 독일 8.2%, 미국 7.9%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7.1%에 달해 음주문화 개선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면식범 비율은 39.4%로, 미국 69.9%, 독일 60.7% 다음이었다. 일본이 가장 낮은 20.6%였다. 친족 성폭력 비율은 미국 20.9%, 독일 19.3%, 한국 11.9%, 일본 2.0% 순이었다.

연구 책임을 맡은 강은영 박사(한국형사정책연구원)는 “성폭력 범죄는 암수범죄(暗數犯罪·숨겨진 범죄라는 뜻으로,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범죄)가 많고, 우리나라의 경우 168건 중 1건 정도만 입건되는 점을 감안하면 처벌의 엄격성 강화만으로는 범죄 억제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신고율 향상을 유도하고 성폭력 범죄 수사력 향상을 통해 유죄 입증력을 높여 유죄판결을 받은 가해자를 엄벌할 시스템이 형성돼야 가해자 엄벌정책 역시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암수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성폭력 범죄의 암수를 추정하기 위해 실제로 피해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수사기관에서 발표하는 공식 범죄 통계보다 최대 16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12.2배, 미국은 2.7배에 불과하다. 조사 관계자는 “한국의 피해조사는 미국·영국보다 광의(廣意)의 성폭력 유형을 포함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아동 대상 성폭력범죄 발생 비율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만 같은 기간 큰 폭의 증가 추세를 보여 사회적 경각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가족부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성폭력 범죄 신고율을 높이려 성폭력 범죄 조기 발견체계, 신고의무제 강화, 친고죄 폐지 등을 검토 중이다.

또 궁극적 지향점을 ‘지역사회 안전망 확보를 통한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 예방 강화’로 두고 △아동·여성 보호 지역연대 모범 운영지역 선정 △관계 중앙부처 및 모범 운영 시군구간 지역사회 아동 안전을 위한 협약 체결 등 지역사회 중심의 아동보호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