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처음 이야기
이덕주 | 홍성사 | 267쪽 | 10,800원

한국 초대교회의 처음 사랑 모습을 그린 ‘한국교회 처음 이야기.’ 대학원에서 역사신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대부분 읽어본 이야기지만, 성경 본문과 함께 풀어낸 이 책을 읽으며 제 마음이 다시 한 번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기에 적극 추천합니다.

이 책은 시기와 주제별로 구분된 33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복음이 이 땅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선교사들은 어떤 모습을 갖고 있었는지, 복음으로 변화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부흥운동 때 어떤 역사가 일어났는지, 기독교인들이 암울한 시대 속에서 어떻게 나라를 사랑했는지 등, 보석과 같은 이야기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별히 이 책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딱딱한 설명문이 아니라, 이야기(episode) 형태로 꾸며졌다는 겁니다. 이덕주 교수님의 강의를 두 학기 수강한 경험이 있는데 정말 열정적인 이야기꾼이십니다. 역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를 삶 속에서 적용하자고 하는 사자후처럼 느껴질 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저에게 큰 도전을 주었지만, 그 중 한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다른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시면 좋겠네요.

“전라도 광주에서 처음으로 예수를 믿고 세례 받은 사람, 광주 교회의 최초 장로, 광주 출신 최초 목사, 3.1운동 때 만세를 부르다가 체포되어 2년 6개월간 옥고를 치른 민족운동가, 별세하였을 때 광주뿐 아니라 전국의 문둥병환자, 결핵환자, 걸인 수백 명이 몰려 와 “아버지가 가시면 누가 우리를 보호해 줍니까!”하고 울면서 상여를 끌었던 전설적인 사회사업가!” 최홍종 목사님의 경력입니다. 그런데 이 분은 처음부터 성인이 아니었습니다. 예수 믿기 전 욱하는 성질 때문에 사람들이 가까이 하지 않았던 인물이었습니다.

1904년 광주에 선교사가 처음 들어와 양림동 언덕, 어린애가 죽으면 갖다 버리던 ‘애장터’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자, 동네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가까이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최홍종은 욱하는 성질에 “도대체 어떤 족속인지 알아나 보자”하는 생각에서 선교사 집을 찾아갔습니다. 기독교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고, 선교사 일을 도와주며 돈이나 벌고 출세하자는 목적이었습니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이 흘러 1909년, 광주 선교 개척자 ‘오웬’이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맸습니다. 선교사들은 급히 목포에 있던 의료 선교사 ‘포사이드’에게 연락했고, 선교사들의 부탁을 받은 최홍종은 포사이드를 안내하여 광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걸인을 만났습니다. 그냥 걸인이 아니라 문둥병에 걸려 걷지도 못하는 여자 걸인이었습니다. 최홍종은 무의식적으로 피했습니다. 그런데 포사이드는 타고 가던 말에서 내려 그 걸인에게 가더니 그를 안아 자기 말에 태우고는 고삐를 잡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최홍종은 그 모습이 이해할 수 없는 충격이었습니다.

포사이드가 광주에 도착했을 때 오웬 선교사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고, 포사이드는 길에서 만난 문둥병 걸인을 선교부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이 “어떻게 문둥병자와 함께 지낼 수 있느냐?”며 항의하여서 가마굴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포사이드는 직접 안아서 옮겼는데, 그 순간 환자가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놓쳤습니다. 포사이드가 최홍종에게 외칩니다. “미스터 최! 그 지팡이 좀 집어 줘요.” 최홍종은 그날 끝내 지팡이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그날 밤부터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왜 그는 하는데 나는 하지 못하였는가? 나는 내 동족인데도 피해 도망쳤는데 어떻게 그는 자식 대하듯 안을 수 있었나? 그와 나 사이에 무엇이 다른가?” 얼마 후 문둥병 환자가 죽었고, 포사이드는 목포로 돌아갔습니다. 그 때 최홍종이 답을 얻었습니다. “그렇다. 믿음의 차이다. 예수 믿는다는 것은 ‘그렇게’ 사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얼마 후 전라도 일대에 “양림동 양인들이 문둥병자를 데려다 치료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곳곳에서 문둥병 환자들이 광주 양림동 언덕으로 몰려왔습니다. 이 환자들을 최홍종이 맞았습니다. 그는 무등산 골짜기에 집을 짓고 이들과 함께 살면서 치료했습니다. 한국 최초 문둥병 전문 요양원인 광주 나병원(지금의 ‘여수 애양원’)은 이렇게 출발하였습니다. 이것이 최홍종이 ‘문둥병자의 아버지’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내력입니다.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이르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 (눅 10:36-37)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목사인가?’라는 질문을 제일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정말 아픈 현실에 대해 실천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있습니까? 주님이 하신 그 일을 나도 따르는 진정한 하나님의 자녀입니까?

무더운 여름, 어렵지 않고 재미를 느끼면서도 깊은 묵상을 할 수 있는 이 책을 일독하면 어떨까요? 분명히 내 삶에 도전을 줄 것이라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멋진 교회 역사관(歷史觀)을 갖기를 소망하며….

사랑합니다. 하늘뜻섬김지기 이 훈 목사.

이훈 하늘뜻섬김교회 담임목사(www.servingod.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