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봉천이라 알려진 심양 공항에 첫발을 내딛었다. 대체적으로 어둠 컴컴한 공항 분위기였지만 10년전과는 달리 공항 수속은 간결하였다. 여행 가방을 끌고 나오는데 내 이름 석자를 쓴 팻말을 쉽게 발견하고 밝은 표정으로 맞아준 두 내외 분에게 인사를 나누었다. 전도사님의 둘째아드님 내외로 젊은이였다. 환인현에 교회가 있다며 안내하는데 주변 산야가 푸르고 몹시 아름다웠다. 중국은 시, 다음엔 현이라 부른다고 설명하며 환인이란 말이 생소하질 않았다. 옛날 어릴 때 사회생활에서 배운것 같았다. 심양국제공항에서 약 3시간 떨어진 곳 환인현이 옛날 고구려 첫 도읍지 졸본성이라 하며 오늘에 중국 요녕성 환인이라고 소개 해 주었다.

이곳에 목회하시는 서은혜 전도사님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서 전도사님은 10년 전 은혜 생활을 시작할 때 기도해 드렸던 분이다. 다음날 주일예배에 모이는 성도들의 모습은 대단한 신앙의 열기가 있었다. 기도의 소리가 교회를 진동시켰고 크게 소리치며 기도하고 찬송하는 모습은 한국에 60년대 후반에 모습과 흡사함을 느끼게 했다. 원래는 외부 사람은 설교 할수 없다는 것이 중국의 실정이나 믿습니다로 저를 강대상에 세운 거라고 귀띔을 해 주었다.

1부, 2부 예배를 마치고 점심을 교회에서 제공하는데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점심시간엔 중국인들이 다시 모여 예배를 드린다. 약 80-90명 정도가 담임 목사가 없는데도 열심히 모이는 것이다. 본 교회는 조선족들(동포) 8-90명 정도가 모여 뜨겁게 예배를 드린다. 교인 점심시간에 탈북자 김씨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데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불쌍한 이야기를 해주신다. 너무 배가 고파 살 수 없고 어린 자식 죽일 수 없어서 중국으로 도망쳐서 돈 좀 벌어서 고향으로 가려고 압록강을 안내자를 통해서 건넜지만 사깃꾼 브로커를 만나 인신매매, 나중엔 중국 시골 무식한 농촌에 중국 남자와 결혼해 살라는 공갈에 몇 년을 살다가 말은 통하질 않고 두둘겨 패는 못된 남자에 걸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도망쳐서 지금 환인 목민교회에 출석하며 은혜받고 살아간다고 눈물 흘리며 간증을 하신다.

점심 후에 어느 집사님을 통해서 오녀성산에 잠시 관광 안내를 받게 되었다. 택시를 타고 8.5Km 떨어진 곳으로 달려가니 오녀산 박물관이 먼저 나온다.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인 오녀산 산성의 서남쪽 기슭 혼강 오른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환경이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박물관 조형도 특이하게 지어졌다. 이곳은 옛 고구려와 요금역사시기에 진귀한 고물들 6000여점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제1부는 서막청으로 오녀산과 고구려민족의 개황을 소개하고, 제2부는 오녀산과 주위에 초기거주민을 소개하고 제3부는 고구려 건축을 소개하고 고구려의 평원성, 공위왕도의 주위산성, 초기적 석묘까지 소개하며 제4부는 고구려의 흥성한 시기에 오녀산성을 소개하며 군사적 가치성을 진술하고 있다. 제5부는 10세기 이후 오녀산성을 소개, 유적 유물, 건주여진족이 환인에서 활동한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박물관을 통하여 고구려민족의 발전 역사를 한눈에 그려 볼 수 있으며 혼강 유역에 여러민족 문화를 통하여 옛고구려 민족의 찰란한 역사문화를 쉽게 이해 할수 있게 해주었다.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생긴 천년의 요새인 오녀성산을 오르는데 해발 823m의 정상을 오르기에는 아찔한 생각이 든다. 최소한 60-70도의 급경사를 오르기에는 너무나 벅차다. 1사람씩밖에는 진입할 수 없는 좁은 길, 안내자와 맘을 단단히 먹고 가파른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로 하였다. 다행이 중국에서 관광객을 위하여 999층계의 계단을 놓았다. 숨을 헐떡거리며 간신히 정상에 올라섰다. 이 정상에서는 망치만 하나들면 어떤 적도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 천년의 요새이다. 이곳에 기원전 37년 주몽이 졸본(지금의 환인) 고구려정권을 세우고 오녀산에 첫 도읍을 구축하였다고 한다. 고구려정권은 이곳에서 40년을 존속하였다고 전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정상에 바위돌로 쌓여진 곳에 천지 샘물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아마 이 물을 기반으로 2000년전 고구려 왕궁이 수 십 년간 존속하였다는 사실이 이곳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전경은 경관이 장관이다. 혼강이 흐르는데 마치 태극 문양을 그리며 굽이쳐 흐르고 현지인들은 태극의 정기를 받은 성지처럼 장황스럽게 설명하기도 한다.

현재는 수력 발전소를 만들어 전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강 건너편엔 환인이란 아름다운 도시가 시야에 들어온다. 중국은 올림픽 이후에 새도시 계획으로 멋진 시가지를 만들어 중국의 변모를 다시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바로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정상이 고구려의 첫 수도 졸본성의 옛 자치란다. 그 용감한 주몽이 다녔던 곳, 지금은 묘지, 왕궁의 옛터전, 주춧돌, 그러나 지금도 생수는 흘러 내리고 목마른 자들이 입에 훔쳐 넣는다. 돌맹이만 굴려도 모두가 몰사할 가파른 언덕 산정상에서 내려갈려니 다리가 벌벌 떠린다. 다행히 관광객을 위하여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돈 40원을 내고 4명이 졸본성 정상에서 내려 박물관 앞까지 와서 자동차로 다시 환인으로 돌아 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조선족 어느 가정에 안내를 받아 한국과 그리스전 월드컵 축구 TV를 보며 하룻밤을 맞이하였다. (1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