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빈 소개를 하라시는데 요즘 갑자기 눈이 침침해져서 앞이 잘 보이질 않아요. 누가 오셨는지 모르겠네요(웃음).”

실명(失明) 이후 안요한 목사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눈을 뜨고 30년 넘게 맹인 사역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사역에 찌든’ 모습이란 찾아볼 수 없다. 나이(72세)가 무색하게 맑은 얼굴로 늘 반갑게 사람들을 맞는다. 장애마저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우리가 실명한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려 함이라(요 9:3)”는 말씀을 붙들면서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를 다니며 맹인들에게 ‘새 빛’을 틔워주고 있는 안 목사는 이러한 비결로 하나님에 대한 ‘순종’을 들었다. 그야말로 마지 못해 하는 ‘복종’이 아닌, ‘순종’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안 목사는 “제가 잘나서 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늘 새로운 깨달음을 주시기 때문에 거기에 순종할 뿐”이라며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작의 문을 열어주는 ‘순종’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안 목사와의 일문일답.

-책을 쓰면서 중점을 둔 내용은 어떠한가.

“설교에서 말했듯 예수로 말미암지 않고는 새 삶을 살 수 없다. 정처없이 떠돌기 쉬운 맹인들을 ‘정처있는’ 삶으로 돌아서게 하는 것이 사역의 목표였다. 영혼 구원 사역이 최종 목표였다는 말이다. 복지 사역이나 이런 것들은 사실 부수적인 하나의 ‘방법’이다.

사실 복지를 하는 것은 고달프지 않다. 맹인 분들에게 애정을 갖고 주님의 사랑을 심는 일이 쉽지 않다. 안 믿는 분들이 운영하는 시설보다 애정을 많이 심으려 한다. 그게 우리가 할 일이 아닌가. 힘은 들지만, 해외에서 선교사님들은 목숨을 내놓고 복음을 전하는데 이게 뭐가 힘들겠나.

사실 장애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앞을 못 보는 일은 참 불편하다. 시력을 잃으면 잃는 것이 너무 많다. 정신적 장애를 얻는 경우도 있고, 보이지 않아서 각종 위험에 노출돼 각종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을 더 좋은 세계로 보내는 일이 중요하다. 예수로 말미암지 않고는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이 십자가의 도를 깨닫고 구원받는 복음 사역의 현장이 되기를 바란다.”

-수술을 통해 눈을 뜰 기회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왜 하지 않았나.

“근본적으로는 하나님과의 관계 때문이다. 제가 보고 싶지 않았을까? 하려고도 했지만, 수술 날짜가 다가오면서 성령님께서 그런 마음을 주시지 않더라. 보고싶다는 마음을 거둬가셨다. 입신을 한다 해도, 성령의 감동이 없었다면 가짜가 아닌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해야 하지 않겠나….

하나님께서 이 땅에 사는 동안 육신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다시 주시리라 생각한다. 엘리야 시대에 많은 과부들 중 사르밧 과부만이 기적을 맛보았듯, 엘리사 때 많은 문둥병자들 중 나아만 장군만 나았듯, 다 같은 믿음이 아니라 특별한 은총을 받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은.

“예수로 말미암아, 이 책에 쓰여진 저에게 일어난 역사들이 동일하게 독자들에게도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믿음의 마음으로 읽으면 같은 역사가 일어날 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