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인터액션포럼이 이번 주에 워싱턴 디씨 컨벤션센터에서 열렸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해외 개발 비정부 기구들의 단체인 인터액션이 주관하는 모임입니다. 해외 원조, 개발에 연관된 수 백개의 대표적인 기관과 정부, 학교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입니다. 인터액션의 이사로 일하는 관계로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것보다는 새로 가입한 회원 기관의 대표를 환영하고 새로 영입된 이사들이 업무를 파악하도록 돕는 일 등을 하면서 사흘을 보내게 됩니다.

그동안 인터액션에서 활동하면서 항상 한국의 대외 원조 기관들과 시민 단체들이 미국의 대표적인 대외 원조 분야 모임에 참석하기를 기대해 왔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대표단이 참석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대외원조국, 해외 원조 협의회, 그리고 대표적인 해외 원조 기관에서 각각 실무자를 한 사람씩 보낸 것입니다. 처음 인터액션 직원들을 통해서 한국에서 대표단이 올 것이라는 말을 듣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미국의 해외 원조 분야의 지도자들을 만날 때 마다 해외 원조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설득해 왔기 때문입니다. 한 세대 만에 가난에서 탈출해서 민주화, 산업화를 이루고 세계 무대에서 지도적인 위치에 서게 된 나라가 한국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뀐 경우도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온 참석자들은 인터액션의 임원급 스태프들과 만나서 미국의 해외 원조 기관들과 그 연합체인 인터액션에 대해서 많은 것을 듣고 싶었지만 바쁜 일정 속에서 제대로 만나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재정 위원회, 회원심사 위원회, 회원 인증 기준 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한국인 이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수 많은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정부 기관으로서 대외원조국도 해외 원조 활동을 하는 민간 기구들과의 관계가 잘 정비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해외 원조 기구들의 연합체는 구성되어 있어도 그 역할이나 운영 방식 등이 자리 잡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미국의 대외원조국과 민간단체들 사이의 관계와 협력 방식, 미국의 민간단체들이 어떻게 서로 협력하는 지에 관해서 현실적인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 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수년 내에 해외 원조 규모가 수 십배로 늘어 날 가능성도 있는 한국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현지에서 파트너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많은 변화와 조정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첫날 있었던 이사회의 회의 자료를 보여 주었습니다. 두툼한 책자로 되어 있던 이사회 회의 자료를 소개하면서 회순과 보고서, 재무 감사 보고서와 예산, 각종 소위원회의 보고와 결의안 처리 등을 설명 해 주었습니다. 나누었던 어떤 대화보다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주었습니다. 한국은 큰 원칙과 원리, 그리고 원론적인 면에서는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종종 세밀한 운영에서 많이 약합니다. 이사회가 모여서 싸우고 의견이 갈라지는 것 만 탓했지 내규와 상식에 따라서 회의를 준비하는 방식은 몰랐습니다. 물론 선진국에서 열리는 컨벤션과 컨퍼런스에 참가해도 이사회의 운영, 스태프들의 회의 등 실제로 운영되는 현장을 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들의 회의는 결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자유 토론회일 뿐이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회의 자료 준비와 사전에 의제 조절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유익한 대화였던 것 같습니다.

담당자들에게 부탁해서 둘 째 날 열리는 회원 기관 대표단 회의에 옵저버로 참석하도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