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의 시사 토크쇼 사회자 '래리 킹이 수천명의 유명인들을 인터뷰하며 쓴책이 ‘래리 킹의 대화의 법칙’이다. 이 책은 방송인으로서나 사회자로서 살아가야 할 이들에게는 교과서와 같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일상적 대화의 법칙을 기록한 것은 아니므로 누군가 일상인의 행복한 화법(話法)에 대하여 쓴다면 미증유의 베스트 셀러가 될 것이 분명하다.

특정 지체 부자유자 외에 보편적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탁월한 하나님의 선물은 언어이다. 그 언어를 대화라는 방법을 통하여 행복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대화로서의 언어의 가치를 더 풍성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폭넓은 지식이나 경험이 보고(寶庫)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과 경험도 언어의 구사여부에 따라서 그 실효가 나타나는 까닭에 사람들은 유쾌한 대화자를 선호하여 오늘날 만인의 개그맨화가 추세인 것이다.

그러나 재치(위트), 해학, 풍자, 유모어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물론 유모어를 넘어서는 농담이나 넌센스를 통한 반전조차도 대화를 윤택하게 할 수는 있지만 이런 것은 행복한 대화의 정석(定石)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의 언어구사는 갖잡은 은갈치의 번득이는 비늘과 같은 재치는 있지만 해학이 없어 미운 오리새끼가 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사람은 폭소를 자아내는 유모어는 있지만 풍자가 주는 페이소스감각이 뒤떨어져서 사람됨을 스스로 평가절하(平價切下)하는 일도 보게된다. 그런가하면 유모어와 농담을 구분하지 못하고 헛기침이나 젊잖은 추임세를 넣으므로 분위기를 싸늘하게 하는 둔자(鈍者)도 없지않다. 이렇게 따지다 보면 어떻게 능력있는 화자(話者)가 되어 행복한 대화를 이끌 수 있는지 난감하게 될 것이다.

30년이 넘는 목회를 통하여 얻은 지혜가 있다면 행복한 대화는 결코 불특정한 그룹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난 재치나 풍자나 유모어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행복한 대화의 공동체는 오랫동안 공들여 만들어 지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뚝딱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워싱턴에서 20년이 넘게 워싱턴 목회연구원이란 그룹에서 활동하면서 행복한 대화의 묘미를 터득하여 오고 있다. 회원중에는 수십년 동거동락하며 목회의 애환을 동시대안에서 경험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중에는 빛나는 언어구사 능력을 가진분들도 있고, 어눌하지만 어쩌다 던지는 한마디가 자지러지게 하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해학이 담긴 분들도 있다. 한번은 어떤 분이 “말씀을 잘 쪼갰더니 교회가 쪼개지더라”고 하여 포복절도(抱腹絶倒)한 적이 있다. 분명한 것은 이분들 모두가 화자(話者)가 되었든 청자(聽者)가 되었든 피차 깊이 이해하고 있고 이해하려는 마음의 넓이를 가지고 말도 하고 듣기도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