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광고는 필요없는 광고처럼 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미 공군이 사용하는 비행기를 만드는 회사의 광고입니다. 광고는 일반인들이 많이 보는 공중파 텔리비전을 통해서 가장 시청율이 높은 시간에 내 보냅니다. 광고는 이 회사가 만들게 될 최첨단의 전투기를 보여 줍니다. 이 전투기는 아직도 개발 중입니다. 미래에 미 공군이 사용할 수도 있고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하늘을 지키는 회사, 자유세계의 하늘을 지키는 회사로 울림을 실어서 광고를 합니다.

왜 이런 광고를 내 보낼까? 이 회사는 시청자들에게 팔 수 있는 물건을 만들지 않습니다. 이 회사의 주 고객은 미국 정부입니다. 미국 정부에도 이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수 만명에서 수십만 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만약에 주 고객인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다면 굳이 프라임 타임에 광고를 내 보낼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이런 광고를 내 보내는 것일까요?

어쩌면 회사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 광고를 했다고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 이미지도 그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높인다고 해서 무슨 이익이 돌아 올 지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광고가 의도하는 대상이 따로 있습니다. 주식 시장에 공개된 회사들입니다. 일반인들이 그 회사의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도록 시장에서 회사의 주식이 거래되는 회사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회사의 주주가 될 사람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하는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회사의 가치를 인정하여 새로운 투자자들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 광고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공개된 상장회사들은 회사의 재무 상태, 경영 상태, 앞으로 예측되는 상황까지도 일정한 틀에 맞춰 공개해야 합니다. 기업 공개가 주식 상장의 조건이며 의무이기에 반드시 해야 합니다. 많은 회사들이 의무의 선을 넘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내부 사정을 공개하고 알립니다.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는 광고의 거액을 쓰는 것과 함께 될수록 많은 자료를 적극 공개하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현 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의 가치를 높여 주고 주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확보하여 그 회사의 주식에 투자할 사람들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교회는 공개된 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교회는 교인들에게 모든 것을 다 공개하고 감추지 말아야 합니다. 사회적 통념이나 관습에 따라 교회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달라지겠지만 정도 차이가 있을 뿐 교회는 교회 밖을 향해서도 그 속을 공개해야 하는 암묵적인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교회가 교회 밖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인 고객, 잠재적인 투자자, 잠재적인 주인으로 여긴다면 교회는 사회의 상식이 요구하는 선 이상으로 더 적극적으로 세상을 향해 다가가야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삶으로, 마음으로, 신앙으로 투자하기를 기대한다면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세상으로부터 구별하여 따로 세우신 거룩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교회는 온 세상 모든 사람들이 미래의 고객이요 투자자요 주인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필요 이상으로 세상에 다가가야 합니다.

세상에서 뚝 떨어져서 우리끼리만의 세상에 갇혀 지내는 집단이 아니라 세상의 한 복판에 있으면서도 구별되고 구별되면서도 섞여있는 교회로 남아있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