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면서 싫어하는 것들이 한 두가지가 생겼는데 그 중 하나가 젖은 빨래를 뒤집는 일이다. 그래서 빨래를 한 뒤 말리기 전에 뒤집어야 할 빨래가 있으면 뒤집지 않고 아예 그냥 말리고, 빨래가 다 마르고 난 후에야 뒤집곤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들 아빠한테나 아이들한테 왜 양말이나 셔츠를 거꾸로 뒤집은 채로 벗어 두느냐고 잔소리하지 않아도 되니 내 에너지도 절약되는 셈이다.

요즘들어 시험 준비로 시간 시간이 무척 소중한 판에 그래도 짬을 내어 빨래를 해야 하겠길래 세탁기를 돌렸더니 옷걸이에 걸어서 말리는 빨래들이 하나같이 다 거꾸로 뒤집어져 있다. 예전에는 옷 전체가 뒤집어 있어서 그냥 그대로 옷걸이에 걸면 되었는데 오늘따라 한 팔만 안으로 들어가 있거나 바지의 한쪽 다리만 뒤집혀 있는 빨래가 네댓개나 나온다. 한쪽만 뒤집어 있는 걸 그대로 옷걸이에 걸면 어쩐지 보기가 싫어서 나는 옷걸이에 걸때도 봄직하게 마치 그 옷을 누군가가 입고 있기라도 하듯이 걸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그 네댓개의 옷의 한쪽 소매와 한쪽 다리에 일일이 손을 집어 넣어서 뒤집어야 했다. 옷들이 젖어 있을 때 손을 넣어 뒤집어야 하는 느낌은 정말 싫다. 혹 경험이 있는 사람은 동의할지도 모르겠고 혹 다른 사람은 이 글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참 별나네 라고 생각할는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 그건 나 자신도 못 말리는 하나의 무의식적인 반사작용에 의한 감정이니까. 어쩌면 꼭 시간에 쫒기는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한번도 보지 못한 반만 뒤집혀진 빨래들이 이렇게도 많이 나오느냔 말이다.

나는 대체로 빨래를 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소한 일들을 즐기는지는 모르겠다. 빨래 바구니에 벗어놓은 옷들이 하나하나 쌓여가는 것을 보면서 다음 빨래 할 날을 기대감 속에 기다린다. 그것은 아마도 인간의 배변의 욕구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더럽고 묵은 것을 몸 속에서 빼내면 뭔가 청결하고 정리된 느낌이 드는 그런 것. 지저분한 옷가지를 깨끗이 빨아 말려서 하나하나 정리해 서랍에 넣을 때면 꼭 화장실에서 나올 때의 시원한 느낌과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한다. 하지만 정말 다시 말하건대 젖은 빨래를 뒤집는 일만은 다시 없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은 이럴때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하다. 아이들한테 야단치면서 뒤집어 벗어놓지 마라고 다그쳐야 하는가?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좋은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연락 주시라.

그래도 옷걸이에 반듯하게 걸어 놓은 옷들이 보기 좋아 만족의 미소를 지으며 그 방을 나왔다.

/김성희(볼티모어 한인장로교회의 집사이자 요한전도회 문서부장.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메릴랜드 주립대학 의과대학에서 연구 행정원으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