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은 부활절 준비기간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 인생에 있어도 고난과 고통의 계절을 거쳐야 성공과 승리의 삶을 맛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시련의 기간이 길다고 느끼는 것이 보편인들의 생각이며 또 경험이다.

올해는 유난히도 길고 긴 동절기를 보냈다. 좋아하던 이들의 떠남, 사랑하는 이들의 원치 않는 병마의 고통, 열정의 헌신에도 제자리 걸음의 목회, 유난히도 잦은 대지진의 공포, 부화가 치미는 핫이슈 만발의 정계 이런 것들이 올 겨울의 총화이다.

그러나 지리한 겨울을 지내는 것은 인간이지 자연은 아니다. 뜨락엔 잔설이 듬성 듬성 남아있어 아직 봄은 저만치 물러서 있었지만 대지의 부활은 언 땅 밑에서 이미 용솟음치고 있었다. 폭설로 아름다운 숲의 영광은 사라졌지만 새순의 생명의 부활까지는 앗아가지 못한 까닭에 새들의 노래로 그 상처들을 보듬고 있고, 어디서 한동(寒冬)을 지냈는지 다람쥐 두 마리가 좇고 좇기면서 널부러진 고목위를 시소타다 잠간 조올고 있다. 시들은 꽃대 가을걷이를 하면서 심어놓은 각가지 구근들이 경쟁하듯 올라온다.

봄은 계절대로 오는 것이 아니라 꿈꾸는 마음에서부터 온다 생각하면서도 문득 수선의 새촉들이 잔볕을 쬐고 있음을 발견하고서야 희열의 탄성으로 마음에 진득이 머문 겨울을 털어 버린다. 하기는 칼바람에 발갛게 달아오른 손주녀석의 두 뺨속에나, 재잘거리며 학교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봄은 이미 한달음에 와 있는 것이 아닐까!

다윗왕의 반지에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한다. 유대경전 주석서인 『미드라쉬(Midrash)』의 ‘다윗왕의 반지’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다윗왕이 어느 날 궁중의 세공인을 불러 명했다. “날 위해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되 거기에 내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결코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으라.” 이에 세공인은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지만, 정작 거기에 새길 글귀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 끝에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이때 왕자가 일러준 글귀인즉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다는 것이다.

창가에 기대여 이런 저런 알큰한 봄꿈에 취하다 그도 싫증나면 뒷마당을 건들건들 거니면서 더디오는 봄을 타령으로 불러볼 행운아가 몇이나 될까 보냐만은 그래도 봄은 오고있다. 아니 오고야 말았다. 왜냐면 솔로몬의 말대로 이 또한 지나 갈 것이기 때문이다. 재의 수요일과 사순절과 고난주간성금요일 이 지나 부활의 새벽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간절히 기다린 부활의 새봄이다. 올핸 함박 춘설(春雪)로 봄꽃이 참 좋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