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2세인 해롤드 고(한국명: 고홍주, 55)가 미국의 대법관 후보 물망에 올랐다. 현재 국무부 서열 3위인 법률고문(Legal Adviser)으로 근무하고 있는 해롤드 고는 하버드 출신으로 예일법대 학장을 지냈다.

해롤드 고가 거론되고 있는 것은 존 폴 스티븐슨 대법관이 사임할 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퍼졌기 때문이다.

스티븐슨은 올해 나이 90세다. 대법관을 포함한 미국의 연방판사들은 대통령이 지명, 상원 인준을 받는다. 인사 청문회를 통과해 상원 인준절차가 끝나면 종신직이다. 탄핵이나 사망, 또는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한 헌법규정에 따라 그 직이 평생 보장된다.

스티븐슨의 사임설이 나돌게 된 것은 다음 회기에 자신을 보좌할 법률서기(law clerk)를 한 명만 뽑았기 때문이다. 대법관들은 한 회기에 4명의 서기를 뽑는 게 관례인데 스티븐슨이 한 명만 선임, 사임설이 나오게 됐다.

고령인데도 불구, 스티븐슨은 진보성향의 대법관이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스티븐슨은 3년 내에 은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중 사임하겠다는 뜻이어서 자신의 후임은 진보성향의 판사가 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의 대법관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돼 있다. 5대 4로 보수쪽이 우세하다.

해롤드 고는 오바마 대통령과는 학맥(하버드)으로, 빌 클린턴 부부와는 인맥으로 얽혀져 있어 워싱턴에선 스티븐슨 대법관이 다음 달 사임을 발표할 경우 해롤드 고가 후임으로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해롤드 고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 법무부의 요직인 민권담당 차관보로 일해 클린턴 부부와 친밀한 관계다. 그가 예일 법대 학장직을 사임하고 국무부에 들어간 것도 힐러리 클린턴 장관의 '삼고초려' 때문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 정도였다.

아버지는 주미공사를 지낸 고광림 박사. 6남매가 모두 하버드 출신으로 형 하워드 고(고경주)도 보건부 차관보로 근무하고 있다.

해롤드 고가 대법관으로 취임하면 아시아계로선 미 건국이후 처음 있는 ‘사건’이다.

박현일 기자, uko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