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인 수가 144,000명 줄어들었다는 인구 통계는 이 땅의 기독교인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기독교의 후퇴’는 120여년만에 기독교 인구가 1천만을 돌파한 대한민국 뿐 아니라 ‘무슬림화’를 우려하는 영국 등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도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이후 도처에서 20만 전도운동, 2만 교회 운동 등 1970-80년대 이후 찾아보기 힘들어진 구호들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 아프간 피랍사태 등 일련의 사건들 이후 나타난 용어 ‘개독교’를 다시 ‘기독교’로 돌려놓으려는 이미지 쇄신 노력도 서해안에서, 아이티에서, 칠레에서 ‘봉사’를 중심으로 한창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신(베가북스)>의 저자 티머시 켈러(Timothy Keller)는 약간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서구 여러 나라들의 기독교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지만, 또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의 수많은 전문직 젊은이들이 복음주의 교회로 몰려들고, 자신이 지난 1989년 뉴욕에서 창립한 구세주장로교회(the Redeemer Presbyterian Church)에도 2007년 말까지 5천명 이상이 늘어났다. 교회로 몰려든 이들 대부분은 미혼인데다 평균 30세 정도였다. 켈러는 이렇게 말한다.

“세속적인 회의와 종교적 신앙이 똑같이 의미심장하고 강력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회의하는 자와 믿는 자 모두 자신의 존재가 위협받고 있음을 느끼는 문화 순간에 도달했다. 과거의 서구적 기독교도 없으며, 미래에 오리라 예측된 세속적 사회, 종교가 사라진 사회도 역시 없다. 우린 완전히 다른 그 무엇인가를 갖게 됐다.”

이처럼 ‘의구심’과 ‘신앙’이 모두 증가하고 있는 세상은 심각하게 분열되고 있다고 켈러는 우려한다. 문화 전쟁으로 피해는 속출하고, 감정과 웅변은 격해지고 신경질적으로까지 발전한다. 이러한 가운데 기독교인들은 ‘다른 인간들에게 신앙을 강요하고자’, ‘계몽이 덜 된 시대로 돌아가고자’ 애쓰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진실의 적’, ‘상대론과 자유방임을 퍼뜨리는 자들’이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켈러는 “우리는 상대편과 합리적으로 대화할 생각은 않고, 그저 그들을 헐뜯기 바쁘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은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다. 안티기독교인들이 주로 공격해 오는 물음에 자신들도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기독교인들마저 그런 물음에 답하다 보면 회의와 의욕상실, 묵묵부답에 빠지기 십상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고 도전하지 않으려는 질문들이다.

켈러는 먼저 믿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 “일말의 의심도 없는 신앙이란, 항체(抗體)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의 몸과 마찬가지”라며 “믿는 사람들은 의심을 인정하고 이와 맞붙어 싸워야 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튼튼한 신앙을 갖게 된 후에라도 의심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바쁘거나 무심해서 ‘나는 도대체 왜 믿는 거지?’라는 심각한 질문을 던지지도 못한 채 무사태평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비극적인 경험이나 영리한 회의론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맞닥뜨리면 꼼짝없이 쩔쩔매게 된다고 켈러는 지적한다.

켈러는 그 이유에 대해 “내 자신의 신앙에 대한 반대의견과 힘겹게 오랫동안 싸우고 나서야 비로소 회의론자들에게-나 자신도 회의론자 가운데 하나일 수 있지만-말도 안 되거나 무례하지 않고 그럴듯한 신앙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한 마디로 ‘전도하려면 먼저 의심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회의론자들에게는 “자신들의 합리적 추론 안에 숨어있는 어떤 형태의 신념을 찾는 방법을 배워야 할 일이다”고 주장한다. 모든 의심이란 아무리 회의적이고 냉소적으로 보여도 결국 어떤 신념을 보충하거나 교체하는 또 다른 신념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그 회의의 근거가 되는 ‘검토되지 않은 맹신(盲信)’을 붙들고 한번 씨름해 보라고 권한다.

기독교인들이 그들을 향해 ‘사랑을 인하여’ 부족한 논리로나마 끊임없이 설득하듯이, 자신들이 믿는 바를 수긍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정당화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까지 ‘설득당하지 않을 권리’만 있었지, 자신들의 신념을 ‘설득해야 할 의무’는 없었지 않은가. 원래 딴죽 걸고 깐죽거리기는 쉬워도 그들을 ‘전도’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저자는 다시 기독교인들에게, 예수가 ‘의심하는’ 도마를 대하는 장면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예수는 의심하는 도마에게 의심하는 마음을 품은 채 마지못해 따르지 말 것을 자극하면서, 좀 더 많은 증거를 보여 달라는 도마의 요청에 응답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러분이 스스로를 신앙인으로 간주하든 회의론자로 간주하든, 도마처럼 솔직해지라고 말하고 싶다”며 “여러분이 가진 의심의 본질을 이해하면서 성장을 추구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만들어진 신>을 패러디한 듯한 <살아있는 신>에서 켈러는 이처럼 양측에게 먼저 ‘솔직해지기’를 권한 후에, ‘신은 어째서 이 세상의 고통을 그냥 두고 보는 걸까’, ‘하나님이 사랑의 신이라면 어떻게 인간을 지옥으로 내몰 수 있는가’, ‘어째서 신의 이름을 걸고 그토록 많은 전쟁이 벌어졌는가’, ‘하나의 종교만이 옳고 다른 종교들은 틀렸다는 게 있을 수 있는가’ 등을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면서 책을 통해 답한다.

저자 티머시 켈러는
1989년 뉴욕에서 Redeemer 장로교회를 창립해 이끌고 있는 목회자·저술가·강사다. “맨해튼에서 가장 생기 넘치는 회중”으로 불리는 그의 교회에서는 50명의 개척교회에서 3만 명 이상이 웹사이트에서 설교를 듣고, 8천명 넘는 신도들이 출석한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대도시에서 가장 성공한 기독교 복음 전도사”다.

켈러의 청중은 주로 대도시의 전문직 종사자들로, 미국 문화 전반과 그 아이디어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젊은 층이다. 그는 성경의 완벽한 권위에 기대면서도 회의하고 방황하는 젊은 영혼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목소리로 이들을 열광시킨다. 2001년에는 ‘교회개척센터’를 시작해 1백여 교회의 창립을 도왔고, 전 세계 목회자들이 그의 전도 방식을 배우려 꾸준히 뉴욕을 찾고 있다. 최근 미국 기독교 지도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지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