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독일에서 가장 큰 개신교 연합기구를 이끌어 온 마르고트 캐스만(Rev. Margot Kaessmann, 51) 주교가 취임 4개월여 만에 사임했다.

루터교회 성직자이자 신학자이며, 국제 평화 분야의 기독교 지도자로 이름이 알려진 캐스만 주교는 지난해 10월, 독일복음주의교회(EKD)의 첫 여성 의장으로 취임했다. EKD는 독일의 루터교회, 개혁교회, 연합교회 등을 아우르는 2,500만 개신교인을 대표하는 연합기구다.

캐스만 주교의 사임 이유는 최근 음주 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지난 주말 하노버에서 음주 운전으로 적발됐으며, 당시 혈중 알콜 농도는 정상치의 세 배 가량 높은 상태였다.

캐스만 주교는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고 이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며 24일(현지 시각) 사임을 발표했다. EKD는 이번 사건이 의장직을 사임할 만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만장일치로 결의했으나, 캐스만 주교의 간청으로 사임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 마음이 더 이상 내가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며 “의장으로서 내려야 하는 많은 윤리적 판단에 대한 권한이 더 이상 내게 없다”고 말했다.

캐스만 주교는 지금껏 봉직해 온 하노버 복음주의 루터교회의 주교직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루터교회는 그녀의 잇따른 사임에 큰 유감을 드러내고 있다.

루터교세계연맹(LWF) 마크 핸슨 회장은 “재능 있는 신학자이자 훌륭한 국제 지도자인 캐스만 주교의 사임은 LWF와 EKD의 막대한 손실”이라며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캐스만 주교는 총 142표 중 132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6년 임기의 EKD 의장직에 선출됐었다. 그녀는 EKD 최초의 여성 수장이자, 최연소 수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