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들여다 보고 있다가 나이가 훌쩍 먹어 보이는 나의 모습이 어색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문득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귀쪽으로 가늘게 이어진 눈매며, 눈아래의 아직 설지만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작은 주름, 웃을 때 살짝 비춰지는 입가의 주름까지. 어디서 본걸까? 그러다가 그게 바로 나의 엄마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쁜 일상 가운데서 흘러가는 시간을 거의 못 느끼고 살아가다 보니 떠나 온 사람들이나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것들은 거의 다시 더듬어 볼 기회를 가지지 못했는데 나의 모습에서 수년 전의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지나온 삶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 잠시 숙고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미국으로 이민을 온 지 어느새 훌쩍 8년이 지나 버렸다. 그동안 한국으로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고 직장생활에 매달리고 아이들과 씨름하며 학업에도 전념해 보고 교회 봉사도 하면서 바쁘게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엊그제만 같은 20대의 팔팔했던 기억은 정말 나만이 아는 어떤 비밀 창고 속의 비밀 문서처럼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르고 혹시 알려지더라도 누구하나 믿어 주지 못할 비현실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이제 삼십대 후반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이 좀 익숙해질 법도 한데 오늘처럼 거울 속에서 나의 어머니의 모습을 놀라움과 신기함으로 발견하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20대의 청년 김성희로 살아왔더랬다.

끝없는 믿음에의 도전을 통해 종교는 우리에게 언제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사는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 지금까지 바람직하게 살아왔는가 등등 종교가 없이는 쓸데 없는 질문들이라고 치부해 버릴 법한 그 물음들에 대한 대답을 우리는 늘 찾으려 애쓴다. 지난 8년 동안 나는 내가 잘 살아 왔는지 나 자신에게 한번 물어보았다. 무엇이 나의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 왔었던가? 양팔 저울의 양끝에 이기심으로 살았던 삶과 이타심으로 살았던 삶을 비교하며 나의 과거의 무게를 달아 보면 저울의 추는 과연 어느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을까? 이렇게 또다시 훌쩍 8년이 지나고 나면 나는 벌써 40대 중반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가 돼서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삶에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았을 때 지금처럼 머리를 긁적이며 혼돈과 부끄러움으로 대답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최소한 바른 우선순위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살았노라고 대답을 하는 겸손한 떳떳함이 내 안에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김성희(볼티모어 한인장로교회의 집사이자 요한전도회 문서부장.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메릴랜드 주립대학 의과대학에서 연구 행정원으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