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입니다. 9월의 첫 주간인 지난 주간은 날씨가 하도 맑고 신선해서 ‘이제는 가을이구나’ 싶었습니다. 세월의 흐름은 오묘하리만치 정확하고 그 구분은 정교하기 까지 합니다. 우리가 사는 미국에서 맞이하는 9월은 그냥 8월 다음에 오는 달이라는 의미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모든 학교가 새로운 학년과 학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9월은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는 달입니다. 그래서인지 한 해를 지내는 우리들의 생활 리듬도 9월이 되면 새로운 곡선을 그어지고, 그에 맞춰서 삶에 대한 다짐도 새로 하게 되며, 흐르는 시간에 대한 생각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해마다 9월이 되면 저는 안도현님의 “구월이 오면”이란 시가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오늘 9월 들어 처음으로 맞이하는 주일의 주보에도 그 시를 나누었습니다. 아마 주보에 실리는 시를 유심히 보시는 분들은 그동안 제가 이 시를 9월을 맞이하면서 여러 차례 여러분과 이미 나누었다는 것을 눈치 채셨을 것입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표현으로 시인은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그 강물의 흐름을 통해 우리들의 삶의 모습과 흐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강물이 흐르면서 생기는 작은 출렁거림 속에서 시인은 서로를 보듬어주는 사랑의 몸짓을 보고 있으며, 어디론가를 향해 무연히 흐르기만 하는 듯한 강물이, 실은 흐르며 닿은 곳마다 생명의 숨결을 나누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면서 서로의 몸을 부비며 서로를 살리는 생명을 나누어야 할 것이 아니냐고 도전하기도 합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되는 시간인 9월의 문턱에 서서 시인의 마음처럼 우리도 우리의 삶을 한번 추슬러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를 토닥거려 보듬어 주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 아니냐고 마음을 다스렸으면 합니다.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느라 지나가는 삶의 구석마다 스치는 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데, 이제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만나는 서로에게 좋은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 아니냐고 자신에게 물어 봤으면 합니다. 9월을 시작하면서, 우리 서로 몸과 마음을 부비며 따스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했으면 합니다.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9월입니다.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번 주에는 잠시라도 포토맥 강가에 가서, 9월의 강물 속에 손을 담아 우리네 삶을 적셔 보고,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흘러가는 삶에 담긴 소중한 삶의 의미를 바라봐야 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