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지심이죠. 본인이 가진 것 없어도 늘 베푸시는 어머니를 보고 자라서 자연스럽게 노인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집안 어른이 몸이 불편하고 건강하지 않으셔도,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니 살아계신 자체가 정신적 위로가 되고 가정의 기초가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커뮤니티 차원에서도 노인분들을 정신적 지주로 여기고 섬겨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노인회에 대량의 쌀을 기부하고, 한인회 패밀리케어센터(소장 김재홍 목사) 무료진료에 나와봉사하고 있는 유악국 유병두 약사를 만났다. ‘왜 노인들에 관심을 갖고 봉사하게 됐냐?’는 질문에 유 약사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포커스 이 사람]에서 만나본 유병두 약사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사는 경영방침, 베풀고자 하는 마인드’로 운영해 나간다고 밝혔다. 직접 선교지에 나가지 못하지만 단기선교를 떠나는 이들에게 선뜻 약품을 제공하고, 출석하는 아틀란타한인교회(김정호 목사)에서 매달 출판되는 ‘기쁨의 언덕으로’ 묵상집을 약국에 비치하는 등 보이지 않는 선교 사역도 감당하고 있다. 캐면 캘수록 줄줄이 나오는 감자줄기처럼 인터뷰가 계속 될수록 쏟아져 나오는 은혜로운 간증과 섬김에 짧은 시간이 아쉽기만 했다.

-약국을 개업하신 과정이 궁금하다.
“에덴스 UGA에서 공부를 마치고 바로 미국 기업에 취직해서 10년 가량 근무했어요. 안정된 생활이었고, 시간도 많아 골프 치러 다니고도 시간이 남아 교회에 아침부터 가서 ‘할일 없을까요?’ 물을 정도였어요(웃음). 둘루스에 있는 미국 약국에서 일하다 보니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해하시던 한인 노인분들이 일부러 오셔서 물어보시기도 했어요.

월급 받고 편하게 살던 중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약학을 공부할 때 했던 서원이 불현듯 생각나더니 떠나질 않더군요. 아내에게 ‘(하나님께서) 아무래도 회사에서 나오라는 것 같다’고 하니 무슨 소리냐고 말렸어요.

원래는 히스페닉을 대상으로 약국을 개업하려고 알아봤는데 계약이 마지막에 자꾸 안되더라고요. 지금 약국 자리가 나서 와보고 ‘바로 여기다!’라는 생각이 들어 한국약국을 차리게 됐어요.”

-약국에 학생들이 많다.
“약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데려와서 인턴으로 실습할 기회를 줘요. 미국 유학와서 백지상태에서 혼자 공부하면서 정말 말 못할 고생이 많았어요. 일례로 누구나 다 아는 약 이름을 빗댄 농담에 다 웃는데, 저는 혼자 멀뚱 멀뚱 앉아서 사전 찾기도 했고요. 공부도 그렇지만 대형 제약회사나 약국의 시스템 등은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멘토 역할을 자처하는 거죠. 학생들이 직접 약을 만지면서 임상을 경험하면 큰 도움이 되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려줍니다. ‘약학을 공부해서 약사 되는 게 다가 아니다, 전문직종인 만큼 공부를 더해서 교수가 된다거나 큰 병원에서 의사들과 동등하게 일한다거나 의료공공기관에서 연구원이 될 수도 있다’는 꿈이죠. 10명 정도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일하는데, 여기서 배운 것은 평생 자신이 된다고 합니다.”

▲유약국에서 일하고 있는 인턴학생들과 직원들

-한국약국은 대형약국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고 알고 있는데?
“대형약국에서는 대량으로 입하하기 때문에 소규모 약국과는 가격차이가 날수밖에 없습니다. 유약국에서는 가능하면 같거나 저렴하게 맞춰드리려고 해요. 간혹 다른 곳은 여기보다 싸다고 하면 그 가격에 드리기도 하고요. 한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가격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유약국에서만 제공해드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한국어로 자유롭게 상담해 드리고, 거의 같은 성분인데 가격이 3-4배 비싼 약품이면 병원에 직접 전화해 저렴한 걸로 바꿔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대형약국에서는 바쁘기 때문에 상담은 둘째고 천대받기 십상이죠(웃음).”

-노인회 쌀 기증 말고도 건강세미나, 메디케이드 상담 등으로 지역사회를 섬기는 이유는?
“특별한 이유라기 보다는 이민 1세대로 지금의 기반을 닦아주신 어르신들에 대한 당연한 감사의 표현입니다. 그분들의 땀과 눈물이 없었다면 한인커뮤니티가 존재할까요? 물질적으로는 제가 돕는 것 같지만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연합실버대학이나 한인샬롬대학 등 노인분들이 모이는 곳에서 혈압과 당뇨를 체크해드리고, 약 상담도 해드려요. 처음에는 비즈니스 하려고 왔나 보다 선입견을 가지셨던 분들도 2년 동안 꾸준하게 가니 신뢰를 갖고 나중엔 오히려 찾으시더라고요. 메디케이드 파트D는 약 구입액을 보조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워낙 복잡하고 매년 바뀌는 것이라 잘 모르셔서 제가 직접 공부해서 알려드리기도 합니다.”

-앞으로 비전을 듣고 싶다.
“제가 유학하던 시절 에덴스장로교회 성경공부모임에 참석할 때에요. 하나님께 받은 각자의 소명을 나누자고 해서, 아무 생각 없던 제가 안 할 수는 없으니 억지로 ‘약사가 되면 약으로 하나님과 예수님을 전하는 선교를 감당하고, 아프리카나 외진 곳에서 약과 말씀을 전하고 싶다’는 서원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기억하시고 한 단계 한 단계 이끌어 가시고 계세요. 대형약국에서 여기로 불러내신 것도 그렇습니다. 앞으로는 약국과 함께 의료기구, 건강섹션 등을 마련해 한인들을 위한 종합건강센터 같은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프지 말아요’ 따뜻한 이웃 유약국은 109번 아씨몰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주소는 1299 Old Peachtree Rd. NW #108 Suwanee, GA 30024 문의 (770) 814-4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