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교인들 중에 휴가를 다녀오는 가정들이 많아진 거 같습니다. 전에 비해 휴가를 다녀오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면 요즘 살아가는 삶의 형편이 예전에 비해 그만큼 여유로워 진 것 같아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그 반대로 휴가를 다녀오지 않고도 살 수 있었던 시절에 비해 이제는 쉬지 않고는 배겨나기 힘들만큼 우리네 삶의 처지가 그만큼 더 각박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휴가를 꼭 언제 가야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아무래도 휴가는 요즘과 같은 여름철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이들이 방학이라 가족들이 함께 하기에 적합하다는 실질적인 이유도 있지만, 여름이 휴가로 제격인 것은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름은 씨를 심고 싹을 가꾸느라 바쁜 봄이 지나고, 그렇게 가꾼 곡식들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봄 못지않게 바쁠 가을의 중간에서, 곡식이나 열매들이 영글기를 기다리며 바쁘게 쉰 호흡을 가다듬는 쉼의 절기란 생각 때문입니다. 여름이라고 아주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숨을 고르며 쉬어가는 시간의 언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에도 쉼이 필요하듯 우리들의 삶에도 쉼은 필요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귀하지만 일만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과소비로 우리 몸과 마음이 상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휴가는 쉼을 위한 시간이라기보다는 평소에 가보지 못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거나, 놀지 못한 놀이를 하는 시간인 듯합니다. 게다가 오랜만에 마음먹고 떠나는 여행인지라 평소에 잘 가보지 못하는 명소를 찾으려고 먼 길을 다녀오기가 쉽고, 오랫동안 놀지 못하다가 놀아서, 휴가를 마치고 나서 더 피곤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휴가를 위한 휴가가 필요하다는 농담도 합니다.

휴가(休暇)란 단어는, 쉴 휴(休)자와, 틈 가(假)자가 합한 것으로, 일정한 일에 매인 사람이 일정 기간 동안 쉬기 위해 얻은 틈이란 의미의 말로서 그냥 쉽게 말하면 쉰다는 뜻입니다. 혹시 휴가를 가지려는 분들은 말 그대로 바쁜 일상생활에서 잠시 쉬어가는 틈으로서의 휴가를 가져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라도 바쁘게 사느라 지친 몸과 마음에 쉼을 얻는 틈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일상의 바쁨에서 쉼의 틈을 갖는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시 읽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시는 산문과 달리 책 자체에도 여백이 많지만 우리들의 생각과 생활에 여유를 갖게 해 주기 때문에 좋은 시 한편을 대하면 우리 삶은 넉넉한 쉼을 얻게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 중에 김용택 님이 계신데 제가 그분의 시를 좋아하는 것은 그 분의 시에는 유독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쉼의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골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을 지낸 탓인지 그분의 시를 통해 고향의 쉼을 경험하곤 합니다. 한 여름을 지내면서 그분이 “섬진강”이란 제목으로 지은 두 번째 시가 혹여라도 여러분에게 쉼을 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나눕니다.

이 세상
우리 사는 일이
저물 일 하나 없이
팍팍할 때,
저무는 강변으로 가
이 세상을 실어 오고 실어 가는
저무는 강물을 바라보며
팍팍한 마음 한 끝을
저무는 강물에 적셔
풀어 보낼 일이다.

버릴 것 다 버리고
버릴 것 하나 없는
가난한 눈빛 하나로
어둑거리는 강물에
가물가물 살아나
밤 깊어질수록
그리움만 남아 빛나는
별들같이 눈떠 있고,

짜내도 짜내도
기름기 하나 없는
짧은 심지 하나
강 깊은 데 박고,
날릴 불티 하나 없이
새벽같이 버티는
마을 등불 몇 등같이

이 세상을 실어 오고 실어 가는
새벽 강물에
눈곱을 닦으며,
우리 이렇게
그리운 눈동자로 살아
이 땅에 빚진
착한 목숨 하나로
우리 서 있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