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한인예배와 음악 컨퍼런스의 폐회예배를 장식한 것은 2세들이었다. 예배의 패션쇼라고도 불리는 3박 4일 컨퍼런스 일정의 마지막 날인 6일, 폐회 예배는 “세대간의 갈등, 그 해소방법”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획을 맡은 장본인은 박상훈 전도사(David Park, 콜롬비아신학대)와 나동주 형제(신학과정 준비 중).

“예배의 90%가 영(Spirit)으로 드려지고 형식은 10%만 가미했다”는 예배 인도자의 선포와 함께 예배는 시작됐다. 개회 찬양은 의미 없는 단어를 소리 내며 음을 따라 하나님을 마음으로 찬양하는 독특한 방식을 띠었고, 참석자들도 찬양을 부르는 도중 자유롭게 일어나는 방식을 취했다.

예배 중 간단한 역할분담 스킷(Skit)을 통해 한인사회, 한인교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갈등과 문제들이 진심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임을 지적했다. 또 평소 마음 속에만 담아두었던 ‘사랑해요’ ‘당신을 존경해요’같은 단어를 뽑아 주위 사람에게 전달하는 의식도 첨가했다.

“한국사람들은 표현방법이 서툴러서 진심을 왜곡해 전달해요. 거기서 빚어지는 갈등을 예배를 통해 해소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스킷의 예)

아버지: (무뚝뚝하게) 숙제 했어?
아버지의 진심: 내가 어떻게 하면 너와 더 깊이 대화할 수 있겠니?
아들: (시무룩하게) 네 당연히 숙제 했죠.
아들의 진심: 항상 공부에만 관심이 있으시고, 나에 대해서는 도통 관심이 없으셔. 아버지에게 난 뭐지??

유스부 전도사: 왜 교회 안 나와?
전도사 진심: 난 그냥 네가 예수님을 더 알았으면 좋겠어.?
학생: 전도사님은 늘 소리만 치시니까요.
학생 진심: 왜 전도사님은 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실까.

1세: 넌 왜 한국말 안 배우니?
1세의 진심: 너랑 대화를 하고 싶은 데, 영어를 못하니 내가 바보처럼 느껴지는 구나.
2세: 그럼 왜 영어를 안 배우세요?
2세의 진심: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제가 한국말을 잘 못하니까 바보처럼 느껴질까봐 두려워요.

▲예배 중 간단한 역할분담 스킷(Skit)을 통해 한인사회, 한인교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갈등과 문제들이 진심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임을 지적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장면. 양 옆에 그들의 '진심'이 서 있다.
예배를 기획한 박상훈 전도사는 “기획할 때 두 가지에 초점을 뒀다. 첫째 모여 앉아 이야기 할 수 있는 ‘테이블’ 개념의 예배, 둘째 말하는 것과 (표현방법이 서툴러)드러내어 말하지 못하는 문화를 고백의 문화로 전환시키는 역할로써의 예배다”라고 예배 기획의도를 밝혔다. 나동준 형제는 “교회 안에서 ‘사랑, 화해, 복음’ 같은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정작 대화 속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많다. 교회는 정직해야 하기에 예배를 통해 솔직히 진심을 털어놓는 예배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폐회예배에 참석한 스티브 헤이너(Steve Hayner) 총장(콜롬비아신학대학교)은 “1세대와 2세대가 어우러져 문화의 장벽을 넘어 예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참석 소감을 밝혔다.

1996년 1월 처음 시작된 예배와 음악 컨퍼런스는 목회자와 교회 음악인이 준비하는 예배를 실천하기 위해 시작됐다. 올해 주제는 “씨앗과 열매-하나님의 통치”였으며 올해를 시작으로 3년 간 조지아 디케이터 소재 콜롬비아신학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참석한 안덕원 교수는 컨퍼런스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자면 ‘예배 패션쇼 혹은 실험실’이다. 여기서 소개되고 발표되는 예배를 그대로 옮겨 기존 교회에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시대의 예배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컨퍼런스를 주최한 허정갑 교수는 “자기 스스로가 누구인지, 예배자로서의 자리를 찾게 된 컨퍼런스였다.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세워주는 예배를 제시해 준 시간이었다”고 총평했다. 85명의 참석자들은 대다수가 내년에 다시 참석하기로 뜻을 밝혔다.

▲폐회 예배 중 서로를 축복하고 있는 참석자들.

▲찬양하고 있는 참석자들.

▲주님이 당신과 함께 하십니다(Lord be with you)를 외치는 참석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