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철, 이기풍, 손양원 목사의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시리즈로 제작한 권순도 감독(30)은 최근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의뢰로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남도의 백합화>를 제작했다.

<남도의 백합화>는 권 감독에게 있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 이유는 자진해서 작품을 제작했던 것과 달리 첫 의뢰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이 제작되기까지 크고 작은 기적들의 연속이었다”는 권 감독은 “특히 작품을 위해 만난 이인재 목사를 만난 것은 크나 큰 하나님의 인도와 은혜였다”고 회상했다.

이 목사의 가족 13명은 6.25 당시 신안군 임자도에 위치한 진리교회 성도 48명이 밀실예배를 드리다가 공산당들에게 끌려가 집단순교당한 바 있다. 이 목사는 후에 국군 정벌부대와 임자도에 상륙해 가족들을 몰살시킨 원수들을 붙잡았으나 은연중에 ‘아들아, 원수를 사랑으로 갚아라!’라는 말씀에 순종해 원수들을 용서해 주었고, 후에 원수들 중에 많은 이들이 교회 집사와 장로가 되었다.

▲영화 <남도의 백합화>를 촬영 중인 권순도 감독(왼)

권 감독은 “초인적인 사랑을 실천한 이 목사를 만나기 전 이 목사가 상당히 인자한 인상을 가진 인물로 예상하고 갔으나 의외로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표정에 놀랐다”고 했다. 이 목사는 원수를 사랑으로 갚았지만 마음에 새겨진 깊은 상처는 그의 위장에 평생 가시지 않은 지병을 남겨 놓았던 것.

변변한 의료시설이 없는 시골 섬지방 목회를 위주로 했던 그는 위기상황에 다리미로 가슴을 지져 순간순간 위기를 모면해 왔었다고 했다. 아쉽게도 이 목사는 작품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권 감독과의 인터뷰 약 4개월 후 천국으로 가게 되었다. 작품에 결정적인 증언을 해 준 박복엽 권사 역시 비슷한 시기에 주님 품에 안기게 됐다고 한다. 권 감독은 “그 분들의 증언이 아니었다면 작품은 반쪽짜리가 될 뻔 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권 감독은 또한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의 순수한 열정도 제작에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문준경 전도사의 배역을 맡은 탤런트 김석옥 권사는 본 촬영 직전 큰 수술을 받은 상태였지만 촬영을 모두 마치고 나서야 그 사실을 넌지시 알렸다.

“촬영 기간 중에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으셨어요. 단지 감기에 걸리면 안 된다는 정도만 말씀하셨죠. 정말 위험한 일이었어요. 세균 감염이 되면 치명적인 결과가 날 수 있었던 큰 수술이었더군요. 감기에 걸리면 불편한 게 아니라 무균실에서 요양하셔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어요. 그런데도 추운날 순교장면 등 어려운 촬영을 거부하지 않으시고 열정적으로 임해 주신 것이죠. 순교 정신으로 연기를 해 주셔서 저를 비롯한 스탭과 배우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셨습니다.”

사실 권 감독은 일반 작품을 제작하다가 은퇴작으로 기독교영화를 만들려 했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이끌려 어느덧 5편의 기독교 작품을 제작했다. “영화는 여러 요인이 결합해서 완성되어 지는 것이라 제 뜻만 가지고 할 수 없지요. 앞으로도 인도하심을 따라 기회가 되는 대로 많은 기독교 작품을 만들 계획입니다.”

권 감독은 차기작으로 순교자 윤임례 집사를 비롯한 많은 순교자들이 나온 두암교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작품 문의는 홈페이지(club.cyworld.com/hischoice)나 010 - 4411 - 9067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