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에 또 다른 나라, 인디언 부족을 찾아나서는 한인교회가 늘고 있다. 지난달 초 성약장로교회 16명의 선교팀은 몬테나 주 작은 인디언 부락 ‘헝그리어스’로 향하는 덜컹거리는 차에 몸을 실었다. 몬테나 주에서는 유일한 한인 교회 선교팀으로 청소년 수련회 ‘글래시어 바이블 캠프(Glacier Bible Youth Camp)’를 돕기 위해서다.

그 곳에는 인디언 청소년들에게 복음 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을 인식한 목회자들과 교인들이 너도 나도 모여 캠프를 돕고 있었다. 인디언들은 미국 정부에서 최소 생활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직업을 갖고자 하는 의욕이 적고, 오히려 카지노, 술 문화가 발달했다. 그러다 보니 준비되지 못한 채 가정을 꾸리거나 출산하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이혼율이 높고 가정 내 구타가 만연하다. 20대에서 50대는 대부분 카지노나 술 문화에 젖어 산다는 게 선교를 다녀온 이들이 이구동성 증언이다. 그 중에서도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롤모델 없이 자라는 10대들이다.

▲10대 인디언 아이들과 한인으로 유스캠프에 참석한 아이가 함께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성약장로교회 선교팀 중 일부가 유스 캠프장에 도착해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다. (맨 오른쪽이 인터뷰에 응한 국내선교부 선교부장 김재훈 집사.)

이번 선교 길에 동행한 김재훈 집사(성약장로교회 국내선교부 선교부장)는 유스 캠프가 있기 하루 전 “10살 난 아이(인디언)가 자살시도를 했다”는 충격적 사실을 전했다. 왜 일까? 무엇이 10살 난 어린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그 전날 친형과 친구들이 자살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은 너무 귀한 것이라는 것을 이 인디언 아이에게 알려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김 집사는 “다행히 아이는 죽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살시도를 하려는 순간 하나님께서 그를 부르신 것이다. 알 수 없는 느낌에 그냥 그만 두었다는 아이는 이 놀랄만한 이야기를 유스 캠프에 와서 울며 간증했다.

미국 본토 백인선교사에 의해 시작된 인디언 유스 캠프는 올해로 27년 째를 맞았다. 올해에만 미국 전역과 남태평양에서 총 190여명이 봉사를 하러 왔다. 대부분의 인디언 부락 마다 교회가 하나 씩은 존재하지만 교인들은 아직 많지 않다.

“백인들에 대한 경계와 선입견이 아직 존재합니다. 청교도들의 인디언 탄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많은 미국인들이 자진해서 인디언 부락으로 선교를 하러 들어왔지만 아직 복음화 율은 저조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김 집사는 “인디언들은 먼저 다가와 ‘한국인이냐’고 묻고 악수를 청하는 가 하면 어린 아이들은 와서 스스럼 없이 포옹 하기도 한다”며 이들의 환대가 낯설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인과 동일한 몽고반점이 있고 일부 인디언 지역에서 발견되는 한국과 유사한 언어와 문화들이 서로 간의 친밀감을 느끼게 만들었는 지 모르겠다.

인디언 선교에는 한인의 도움이 절실하다. 한인들의 인디언 선교가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몬테나 주 만 해도 도움을 주러오는 한인교회는 성약장로교회 하나다.

김 집사는 “한인들이 인디언 선교에 전폭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하며 “유스 캠프에는 집회가 끝나고 한국 음식인 볶음밥을 먹는 전통이 생겼다. 다음 번에는 불고기와 오므라이스를 선사하며 한인들의 친근감을 더욱 심어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태권도 같은 체육 문화를 통해 복음을 전해도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성약장로교회에서는 장년부 11명, 대학생 고등학생 4명, 초등학생 1명으로 총 16명이 캠프에 동행했다. 김 집사는 막 중학교를 졸업한 아들, 초등학생인 딸아이를 어르고 달래 함께 선교에 데리고 갔다. 그는 “처음에는 가지 않으려던 아이들이 돌아올 때는 내년에 또 간다고 야단이다”면서 “선교란 나눔이고 사랑의 실천이라 생각했지만 우리 ‘자신의 치유’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는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합니다. 선진화된 물질 문명을 받고, 교육을 받고, 관계에 있어서도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나 선교를 통해 먼저 손을 내밀고 복음을 전하며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저도 모르게 예전의 상처들이나 현재의 고민들이 해결되고 치유되는 것을 느꼈지요.”

김 집사는 “인디언을 도울 수 있는 것은 돈이 아니고 신앙”이라며 “이 일에 한인 교회가 앞장서자”고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