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으로 성지순례를?"

기독교인들에게 이스라엘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성경을 읽으면서 누구나 2천년 전 그곳을 익숙하게 만나고 있지만, 지금의 그곳은 테러와 전쟁으로 얼룩진 ‘위험지역’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거룩한 마음으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곳으로만 각인돼 있는 이스라엘 지역을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배낭여행’으로 가기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걸어서 이스라엘(베드로서원)>의 저자 김종철 씨의 생각은 다르다. 저자는 20여년간 방송 프로그램의 대본을 써 온 작가 출신이다.

저자가 얘기하는 ‘배낭 메고 떠나는 성지순례’의 매력은 “자신이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 짜여 있지만 수동적일 수 밖에 없는 단체 성지순례와는 달리, 배낭 메고 떠나는 성지순례는 비행기 표부터 현지 숙소, 식사까지 스스로 해결하고 성지에 대한 공부도 스스로 해야 하는 등 준비 과정에서부터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성지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체험할 수 있다. “호텔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으며, 에어컨이 쉴새없이 돌아가는 관광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예수님을 만나겠다는 것은 무리”라며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직접 알아보고 발로 찾아가면 예수님이 내 지친 발을 만져주시며 ‘이곳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나를 만나러 왔구나’ 하는 감동과 감격을 체험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예루살렘과 나사렛의 재래시장에서는 어떤 물건을 팔고 어떻게 요리를 해 먹는지도 체험할 수 있고, 대중교통을 함께 이용하면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으며, 밤이 되면 유대인들이 찾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히브리어를 가까이서 들을 수도 있다”는 말로 ‘배낭 성지순례’를 예찬한다.

물론 모든 준비를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30여 회 넘게 다녀온 자신의 이스라엘 배낭여행 경험을 책에 풀어놓는다.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을까?’, ‘위험하지는 않을까?’, ‘말은 통할까?’ 등 여행을 계획하기 전 드는 질문에 대답하고, 예산과 비행기표, 비자, 여행시 필수품 등 세세한 부분까지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1주·2주·3주를 기준으로 여행 코스를 제시해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볼거리는 이스라엘 성지 곳곳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설명해 놓은 부분이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걸어갔던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로부터 시작해 기드론 계곡과 겟세마네 동굴, 성벽과 주변 등 예루살렘 곳곳을 누비고, 베들레헴과 여리고, 브엘세바 등 남쪽지방을 지나 갈릴리와 가나, 나사렛 등이 있는 북쪽과 가이사랴와 텔아비브 등이 있는 지중해변까지 샅샅이 탐방한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던 시내산에 오르는 것으로 대장정은 마무리된다.

저자는 ‘성지순례’라는 특수성도 잊지 않는다. 저자가 얘기하는 ‘배낭 메고 성지순례’의 장점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성지 여행을 다녀왔어도 은혜를 받지 못한다고 했다. 그것은 아무런 준비 없이 일반 관광객과 같은 시각으로 여행했기 때문이다. 성지 여행은 일반 여행과는 분명 다르다. 기도로 준비하고, 사모하고, 가슴에 품으며 떠나야 한다.”

그러한 준비를 하고 떠난 저자의 배낭 메고 성지순례는 어떠했을까? “그곳에 가면 예수님의 눈물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그의 고난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온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손을 뻗으면 예수님이 만졌을지 모를 바위가 있고, 발을 내딛으면 예수님이 걸었을지 모르는 길을 걸을 수 있다. 발에 치이는 이름 모를 돌멩이 하나, 손끝에 잡히는 작은 들풀 하나, 머릿결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까지 예사롭지 않다.”

예수의 땀방울과 눈물방울이 남아있을 바위 앞에 앉아 기도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축 처진 어깨를 조용히 만져주시는 그 분을 느끼고, 그 분이 외로움과 싸우며 금식기도하시던 광야에 새벽에 나가 홀로 묵상하면서 자신의 차가운 손을 만져주시는 그 분을 체험했다고도 증언한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 다음에 꼭 다시 찾아올께요”라고 약속을 하고, 30여회 넘게 그곳을 방문하게 됐다.

책은 ‘성지로서의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지중해와 코발트색의 바다와 하얀색 요트로 한편의 그림을 그려내는 홍해와 신비로 가득찬 사해, 중동의 모습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사막과 만년설로 뒤덮인 고원” 등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지금의 이스라엘 모습도 곳곳에 담아냈다.

책 중간 중간에는 30개의 퀴즈가 있는데, 저자에 따르면 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해야 정답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모두 숫자로 이뤄진 30개 퀴즈의 답을 합한 값은 현지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이용하는 벤구리온 공항 3층 로비의 ‘만남의 장소’ 바로 옆 게이트 숫자다. 퀴즈도 풀고, 여행도 하라는 저자의 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