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때문에 속이 상한 아버지가 제 전화를 받더니 아무 말을 못하고 그냥 꺼억꺼억 울기만 합니다. "괜찮아. 아이들 키우다 보면 그런 일 다 있어. 괜찮아." 아무리 말을 해 줘도 대꾸도 못하고 울기만 합니다. 진짜 몸 사리지 않고 가정을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인색하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는 천하없이 잘해주려고 희생하며 살았는데, 아이가 잘못을 저지른 것 때문에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것입니다. 그 아버지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아프기 보다는 뼈가 아팠습니다. 정말 뼈빠지게 고생하면서 자식 잘 되는 것 보고 싶은그 아비의 마음, 그리고 황소처럼 울기만 하는 남자의 눈물을 생각하니 내 뼈가 아팠습니다.

칠순을 맞이한 장로님에게 축하한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옆에 계시던 사사오입하면 10년은 어린 부인 권사님이 "언제 이사람이 이 나이가 되었는지…" 남편의 머리와 등을 사랑스럽게 쓰다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고구려 장군처럼 기골이 장대한 장로님이 자기를 사랑스러워 하는 어린 부인의 손길이 좋은지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가만히 계셨습니다.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가정에 충실하고 아내에게 잘해라."고 충고했더니, 그 친구가 갑자기 "목사님, 나 정말 집사람한테 칭찬 한 번 들어봤으면 좋겠어요."라고 합니다. 세상적인 조건으로 보면 천하에 정말 잘난 인간인데 아내에게 칭찬받고 싶다는 말에 "너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왜 그러냐?"하면서 웃었더니 정작 당사자는 심각한지 눈물이 글썽거렸습니다. "웃지마세요. 정말이예요."라고 합니다.

얼마 전에도 요즘 아주 잘 나가는 후배를 만나 하룻밤을 함께 지낸 일이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데 부인이 자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했더니 따발총처럼 속에 있는 말을 쏟아내면서 내 의견을 물었습니다. 남편과 무슨 문제로 다투고 있었는데 들어보니 남편이 잘못한 것 같아서 남편을 야단쳤습니다. 그랬더니 부인이 우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이나 울더니 "내 편 들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니 속이 다 시원하다."하며 웃습니다. 후배에게 "너 얼마나 잘못하기에 오랜만에 만난 내 앞에서 저러냐?"그랬더니 "평상시에는 안 그래. 저 사람은 평상시에는 가만이 있다가 형만 우리집에 오면 저래." 그럽니다. 저는 그 부부를 거의 일년에 한 번 만나는데 참고 참았다가 자기 편 들어주는 사람이 올 때를 기다리다가 그런다는 것입니다.

이 후배 부인은 아주 능력이 많은 여성입니다. 그런데 목사 부인이 되고 나니 능력을 발휘할 수도 없고 그의 장점이 모두 약점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한국교회 교인들이 워낙 말이 많으니까 죽겠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남편은 목회를 잘 하려니 부인을 이해하면서도 교인들이 말하는 것을 무시하지 못하고, 그러다 어쩌다 한마디 하는 것이 부인에게 한이 맺히는 아픔이 되는 것입니다. 옛날 전도사 시절에는 부부싸움 하면 유학생 생활도 고달프니 서로 속이 상하니까 같이 울더니, 이제 남편은 큰 교회 큰 목사가 되니까 부인에게 권위있는 말 한마디 내뱉기만 하니 부인 속이 더 터지는 것입니다.

모두 사랑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사랑받을 필요와 사랑 할 필요를 가진 존재들인데 서로 사랑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사랑하라고 하나님이 맺어준 관계인데 때로 서로 아프게 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리기도 한 것입니다. 옛날 유행가 가운데 나훈아인지 조용필인지 부른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하고 구성지게 넘어가는 노래가 있습니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만은 아닙니다. 사랑은 때로 많이 아픕니다. 정말 아픔이 동반되지 않는 사랑은 없습니다. 사랑에는 상처도 많습니다. 사랑은 정말 십자가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예수님 십자가 그 사랑, 그 사랑 때문에 우리도 감히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가정도 그렇고 교회를 들여다 보아도 모두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사람의 사랑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되지만 사람의 사랑은 한계가 있습니다. 특별히 목사에게 사랑의 따뜻함을 기대하면 실망이 너무 클 것입니다. 저는 언제부터인지 아주 매정하고 냉정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사실 설교할 때는 그런대로 따뜻하고 사랑있는 것 비슷하고 그렇지만 설교만 끝나면 아닙니다. 지금은 교회가 사고없이 돌아가도록 하는 일만 생각해도 힘이 듭니다. 교회는 군대도 아니고 기업도 아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군대보다 더 철저하게 신앙의 원칙을 지켜야 하고 기업보다 더 일을 잘해야 합니다. 하지만 교회는 군대도 아니고 기업도 아닙니다. 교회는 교회입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더욱 사랑하는 가정과 교회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