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락교회(이철신 목사)가 발행하는 월간 「만남」 6월호에 실린 결혼 관련 상담내용입니다. 선교사가 꿈인 한 자매가 영락교회 상담부를 찾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내담자

안녕하세요? 목사님, 귀한 상담에 감사드립니다. 전에 이성교제에 대해 상담했던 자매입니다. 저는 현재 선교에 관심이 있고, 후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주님을 알지 못하는 나라에서 선교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전에 목사님께서 형제를 다시 만나도 괜찮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 친구는 선교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 없고 주일예배를 드리는 것에 만족하는 정도입니다. 그 형제와 결혼을 하게 되면 솔직히 선교에 대한 제 마음도 식어지고 선교에 대한 꿈도 물거품이 될 것 같아 두렵습니다.

부부는 한 몸이기에 제가 선교사가 되고 싶다고 해도 남편이 원하지 않는다면, 사실 선교사의 꿈은 이뤄질 수 없게 되겠죠. 그래서 전에도 헤어진 것이고 현재도 만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친구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도 상처를 준 것 같아 너무 미안합니다. 기도하고 있지만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목사님, 이런 제 결정이 하나님 앞에 올바른 것인지 궁금합니다. 너무 그 친구에게 매정한 것일까요? 그 친구는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거든요.

상담자

자매님 안녕하세요? 선교를 향한 아름다운 비전을 갖고 계시네요. 형제를 사랑하지만 선교를 향한 자매의 비전이 있기에 망설이고 있는 자매님의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자매님의 글을 읽자니 양화진에 묻혀있는 로제타 선교사와 윌리엄 제임스 선교사 부부에 대한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가 생각이 나는군요. 로제타 선교사는 한국에 여자 의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조선에 선교사로 가기 위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병원실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윌리엄 제임스 홀을 만나게 됩니다.

윌리엄이 로제타의 미모와 성품과 성실함에 반해 한평생 함께 사역하자며 청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로제타가 그것을 거절했어요. 이유는 당시 윌리엄은 중국 선교사로 가기로 내정돼 있었기 때문이죠. 로제타도 윌리엄을 좋아했지만 조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선으로 오기 위해 그의 청혼을 거절하고 결국 처녀의 몸으로 한국에 홀로 들어옵니다.

이후 윌리엄은 로제타가 조선을 향해 떠난 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결국 설교부로 찾아가 자신의 선교지를 바꾸어 달라고 요청했고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1892년 6월 21일 로제타와 한국에서 최초로 서양식 결혼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것이 지금 자매님의 상황과는 다르지만 자매님의 마음이 당시 윌리엄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매님, 자매님이 말씀하셨듯이 결혼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또 함께 해야만 합니다. 어떤 분은 “어떻게 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결혼한 후 서로의 비전이 달라 갈등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결혼이라는 것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니까요. 그러므로 결혼한다는 것은 나의 꿈이 배우자의 꿈이 되는 것이요, 배우자의 꿈이 나의 꿈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부는 하나입니다. 더욱이 자매님은 선교라는 거룩한 비전을 갖고 계시는 것 같은데, 먼저 하나님께서 자매님을 향한 비전과 뜻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기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자매님을 통해 선교의 거룩한 뜻을 갖고 계신다면, 결혼 전에 형제와 이 부분에 대해서 진솔한 대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형제의 생각과 마음을 헤아려 본 후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 자매님의 뜻이 분명하고 지금 말씀하시는 것처럼 형제의 의지도 분명하다면 힘드시겠지만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결혼은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결혼과 함께 우리에게는 많은 것들이 함께 따라옵니다. 현명한 자매님의 결정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