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환자의 호흡기 제거 집행과 이후 계속되고 있는 자발 호흡상태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사회복지법인 각당복지재단 주최 ‘존엄한 죽음과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을 생각하는 특별강좌가 2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에서 개최됐다.

발제에 나선 허대석 교수(서울대 의대)는 “대법원 판결을 일반화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말기암 환자와 달리 식물인간 상태는 회생 가능성이 불분명하고 연명 가능성도 길어 다양한 의학적 상황을 포괄하고 있으므로 이번 판결을 보편적으로 적용하면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존엄사 논의 및 제도화는 말기 암환자에 국한해 먼저 적용하고, 다른 질환자들은 단계적으로 논의를 넓혀 나가는 것이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현실적 접근이라고 허 교수는 주장했다. 특히 대상 질환을 정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존엄사 결정에 경제적인 문제가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사회보장제도가 시급히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존엄사 반대 진영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허 교수는 “소생 가망성이 있는 환자를 보호자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아예 병원으로 모시지도 않는다 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의료보험 적용 범위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국민들이 비용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연명치료와 관련된 임종의 문제가 환자, 가족, 의료인 등 당사자들의 노력을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는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 큰 성과라고 허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논의는 끝없이 계속되겠지만, 최소한 범위라도 법제화를 추진하는 일은 우리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허 교수는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첨단 의료장치를 동원해 환자의 법적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의사도 보호자도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기도가 뚫리고 인공호흡기가 씌워진 채 언제 끝날지 모를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환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환자에게 질병 상태를 정확히 통보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고, 기술적으로 확정이 어려운 의학 결정에는 환자의 가치관도 함께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