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갑 교수
콜롬비아 신학대학원에서 예배학 교수와 한미목회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는 허정갑 교수의 예배탐방 이야기를 싣는다. 미국교회를 중심으로 예배의 모습을 때로는 진솔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전달하는 필자의 시각을 존중해 되도록 본문 그대로 싣는다. 탐방한 교회의 역사적인 배경이나 예배 모습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자 편집을 최소한으로 했다. 아래 글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한미목회연구소(www.webkam.org)에 있다. -편집자 주-
2009년 1월 첫주일 오늘은 가톨릭 대성당의 라틴어 미사를 기록한다.

매년 새해 첫 주말은 북미예전학회www.naal-liturgy.org가 모이는 기간이다. 약 700명의 예배학자 회원을 갖고 있는 이 모임 출석이 이번이 3번째이며 금년은 볼티모어에서 열리었는데 이번모임에 정식회원으로 입회를 허락받게 되었다. 학회 기간 중 주일예배 장소를 물색하다 미국에서 제일 첫째로 세워진 대성당Cathedral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는 교회를 찾게 되었다. 특별히 9시 예배는 라틴어 미사라고 하니 더욱 흥미를 갖게 되었다.

라틴어 미사는 1963년 제2바티칸공의회에서 금지되어 각 나라의 자국어로 예배드리게 된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는가? 종교개혁을 시작한 마르틴 루터가 지금의 가톨릭을 본다면 종교개혁을 절대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지금의 천주교는 개신교보다 발 빠르게 토착화와 교회갱신 및 복음화를 이루어 나가고 있다.

▲ⓒ교회 홈페이지
그 한 예로 바티칸공의회 이전은 회중을 뒤로하고 성만찬 집례를 하였는데 이제는 집례자가 회중을 마주 보고 한다. 처음에 라틴어 미사라고 할 때 1963년 이전의 라틴미사를 하겠다고 생각하였는데 방문한 대성당의 라틴어 미사는 이름만 라틴어 미사이지만 사제가 뒤를 보이지 않는 집례를 통하여 현대 가톨릭 예배갱신의 모습을 지키면서 언어만 라틴어를 사용하는 예배였다. 또한 예전전체가 라틴어가 아니라 말씀 봉독과 설교 그리고 광고는 영어로서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들과 자리에 참석한 라틴어를 모르는 회중들이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예배였다. 또한 모든 예배순서가 라틴어와 영어인 이중언어로 인쇄되어 있으며 교육적인 면에서 이른 아침에 자녀들을 데리고 가족단위로 미사에 참석한 여러 회중들을 볼 수 있었다.

Proper인 성서봉독은 영어로 하고 Ordinary인 통상문은 라틴어로 구성된 이중언어 예배의 모습에서 현대예배에서 다문화적 요소의 여러 가지의 적용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 주부터 목회학 박사과정으로 이중언어/다문화 예배수업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중심적인 방법론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방문한 교회이름이 명시하듯 바실리카형 건축물의 대성당은 3개의 Dome으로 구성된 교회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미지를 하나씩 담고 있으며 가운데 제일 큰 돔은 비둘기 성령의 이미지가 회중을 감싸고 있다.

카떼드랄Cathedral은 의자chair라는 뜻으로 교회 사이즈와 상관없이 주교의 의자가 있는 교회를 말한다. 비숍이 상주하고 있는 교회라는 뜻의 이 대성당은 주교보다 높은 대주교/Cardinal의 집례로 진행되었다.

나이가 많아 노쇠한 대주교는 오늘 본인의 시력이 좋지 않기에 젊은 사제가 도와 줄 것을 미리 광고하고 실제로 기도문을 사제가 대신 읽어주면 대주교가 크게 회치며 협력하는 집례의 모습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모습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교회 홈페이지
흔히 혼자서 하는 일을 두 사람이 함께하며 진행하는 예배의 모습에서 서로 도와주며 협력하는 신앙의 고백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이처럼 같이 기도하고 같이 성경을 봉독하며 도와주고 배려하는 다문화 예배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설교를 전한 젊은 사제는 오늘 주현절Epiphany예배의 특성을 소개하며 교회전통으로 이 날 부활절을 공포함을 설명하였다. 달력이 발달되지 않은 옛 날에 매년 다른 날짜에 지키는 부활절의 날짜를 이 날 알려주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달력이 유통되지 않은 시대에 언제 사순절이 시작되고 부활절이 되는지 공포함으로서 새 해 첫날부터 부활절을 중심으로 교회가 움직이고 부활의 신앙이 그 중심이 되는 신앙의 훈련을 가르친 것이다. 모든 주일이 작은 부활절이라는 개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예전 전체를 노래로 집례하고 기도하는 라틴미사의 전통적인 모습이 아니라 아쉬웠지만 약식화된 예배에서 참여한 회중들이 정성을 다하여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이 교회의 예배전통이 현대적 방향을 시도하는 교회들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역사와 전통의 방법론으로 예배드리는 회중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이다. 이처럼 두 가지 언어가 제대로 섞인 예배를 자연스럽게 드리는 회중을 보며 한국어와 영어가 섞이면서도 어색하지 않게 모두 열심히 참여하며 드리는 예배모습을 소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